[암 유도 미사일, 'RPT' 시장의 개화]국내선 가장 빨랐던 퓨쳐켐, 한발 늦은 넥스트 플로빅토 입지①알부민 활용 기존 치료제 대비 낮은 Lu-177 투입량, 상업화·기술이전 여부는 '글쎄'
차지현 기자공개 2024-09-10 08:22:14
[편집자주]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에만 정확하게 도달해 공격하는 약물 기술이 있다면. 이 같은 개념을 구현한 게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그리고 이를 이을 차세대 기술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에 직접 전달해 파괴하는 방사성 치료제(RPT)가 주목받고 있다. RPT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빅파마들의 조단위 M&A 등의 거래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 기업도 앞다퉈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6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RPT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그러나 일찍이 관련 분야에 진출한 국내 바이오텍이 있다. 업력 25년을 자랑하는 퓨쳐켐이 그 주인공이다.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 등을 포함해 전 세계서 가장 많은 방사성 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최근 진단을 넘어 치료제 영역에서도 성과 창출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진단과 치료를 아우르는 방사성 의약품 파이프라인은 물론 RPT의 핵심인 생산 역량까지 갖췄다. 이미 강력한 선행 경쟁 약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전략 수립은 당면 과제로 꼽힌다.
◇업력 25년 국내 RPT 선도, 세계 최초 제품 개발 등 '진단'서 두각
퓨쳐켐은 서강대 화학과 교수 출신 지대윤 대표가 1999년 설립했다. 지 대표는 세계 방사성의약품학회(ISRS) 의장을 지내는 등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를 가장 먼저 뛰어든 인물이다.
이후 진단용 방사성 시약 및 의약품 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냈다. 2008년 세계 최초로 폐암 진단용 시약 'FDG'와 파킨슨 진단용 RPT '피디뷰'를 개발,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약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2018년엔 29번째 국산 신약이자 국내 최초 알츠하이머 진단용 제품 '알자뷰'를 탄생시켰다.
2019년 임상 1상에 진입한 전립선암 진단용 RPT 후보물질 'FC303'은 상용화를 바라보고 있다. 전립선암에 과발현하는 전립선특이세포막항원(PSMA) 단백질에 결합하는 펩타이드에 진단용 동위원소를 붙여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기전이다. 연내 환자 대상 투여를 마치고 내년 1분기께 최종 마무리를 목표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PSMA 표적 RPT 진단 제품의 경쟁력은 기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보다 미세 종양이나 국소 전이 등을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FDA 허가를 받은 제품은 호주 텔릭스의 'Ga-68 PSMA-11'과 미국 랜티우스의 '파일라리파이'가 있다. 파일라리파이는 출시 2년 만인 2022년 매출 5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부산 동아대 병원과 이대 서울병원, 부산 기장 생산센터에 자체 GMP 생산시설을 보유했다. 자회사인 퓨쳐켐헬스케어는 서울 성모병원과 부산 고신대 병원, 대구 경북대 병원에 GMP 인증을 마쳤다.
공급망 관리 및 상업 생산 역량은 RPT 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RPT는 원료의 반감기가 짧은 데다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해야 하는 등의 특성을 지닌다. 미리 대량 생산 해놓기 어려운 만큼 자체 시설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갖췄다는 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FC705' RPT 강자 플루빅토와 기전 동일, 후발주자 전략 필요
진단 쪽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퓨쳐켐은 치료제 영역으로도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핵심 자산은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FC705'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튬177(Lu-177)과 PSMA 표적 펩타이드를 조합한 물질이다.
현재 국내 임상 2상과 미국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내달 15일부터 23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핵의학회(EMNA)에서 중간 결과를 구두 발표할 예정이다. 올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면서 국내 신약 출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FC705는 베타선 활용 전립선암 RPT의 승기를 거머쥔 노바티스의 '플루빅토'와 동일한 기전이다. '플루빅토는 출시 2년 차인 2022년 매출이 9억800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입지를 키우고 있다. 이미 강력한 선행 경쟁약물 존재하는데다 FC705는 상업화하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후발주자임에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기존 치료제에 약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알부민 단백질을 붙여 혈액 내 약물 유지 기간을 늘렸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로써 기존 치료제 대비 원료 투입량을 현저하게 낮추고도 높은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FC705와 플루빅토의 원료인 루테튬177의 반감기는 6.7일. 하루에 약 10%씩 양이 줄어들어 대량 생산하기 어렵다. 1mci(밀리퀴리)당 20달러 수준으로 1회 Lu-177의 투약량이 200mci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늦게 시장에 진입해도 원가 경쟁력을 갖춘 제품에 대한 수요는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플루빅토가 사실상 승자로 여겨지는 데다 일라이릴리의 'PNT2002' 등 경쟁 약물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데 따라 퓨쳐켐이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은 있다. 이에 더해 기술수출 성과도 필요한 시점이다. PNT2002는 현재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고 2025년 상용화를 점친다.
기술이전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분위기지만 아직 가시화 된 게 없다. 지난해 4월 중국 HTA와 FC705의 공동개발 및 독점 판권 관련 합의를 담은 텀싯(Term Sheet)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움직임은 없다. 텀싯 계약 이후 6개월 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됐던 본계약이 미뤄지며 시장의 우려도 있다.
퓨쳐켐 관계자는 "FC705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라 현재로선 상업화 시기를 말하기 어렵다"면서 "FC705의 기술수출과 관련해선 현재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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