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23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르투갈 북쪽에 있는 도시 '나자레'는 서퍼들의 성지다. 집채만 한 파도를 타기 위해 서핑 고수들이 모인다. 지난 2월에는 독일 출신 서퍼 세바스찬 슈퇴트너가 높이 28.57m 파도를 넘었다. 4년 전 본인이 나자레에서 세운 기네스 기록(26.2m)을 깼다.기업도 경제와 산업 주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라는 파고를 만난다.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 반도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업턴(상승 국면)과 공급 과잉인 다운턴(하강 국면) 사이 손익 변동 폭은 조 단위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 연결 기준 순이익은 6조37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순손실이 5조5734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가 하루아침에 '벼락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기술력을 갈고닦은 덕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올라탈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11년 전에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다. 다운턴에도 차세대 기술 개발을 지속하며 시장이 열리길 기다렸다. 지금은 고성능 HBM 제품을 먼저 양산해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다.
호황기에 오버 페이스를 막는 이는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얼마 전 만난 자산 2조원 규모 소재기업 CFO는 어떤 사업이 뜬다고 할 때 정말 끝까지 갈 것인지 의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시기 빠르게 팽창한 산업은 급격히 꺾이기도 한다. 코로나 시기에 불었던 메타버스 열풍은 잠잠해졌고 전기차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다. 그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호황에 취하지 않도록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걸 CFO 덕목으로 꼽았다.
2021년 동반 호황을 누렸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2022년부터 시황 악화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중국 에틸렌 자급률 상승으로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줄어드는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있다.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60% 이상인 롯데케미칼은 투자 계획을 조정하며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해외 사업 확대 시기를 조정하고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투자를 취소해 내년까지 1조4700억원 규모 잉여현금흐름(FCF) 개선 효과를 노린다. 범용 석화 사업 구조를 개혁하면서 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는 신성장 사업을 발굴·육성해 2030년 기업가치 50조원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거센 파도를 두려워한다. 나자레 해변을 찾는 서퍼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파도를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리스크 테이킹' 할 실력을 갖춘 자만이 누리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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