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평균 3점' 고려아연, 외형에 충실…전문성도 '눈길'[총론]①소위원회 사외이사 주도, 교육·평가 프로세스 부재
구혜린 기자공개 2024-10-22 08:02:01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08:2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은 시가총액 100대 기업 상위 20%에 속하는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지닌 기업이다. 이에 걸맞게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을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로 채우고 필요 시점마다 안건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사회 하위에 갖춘 4개 소위원회도 사외이사가 주관하는 형태다.건실한 이사회 형태를 갖췄으나, 교육과 평가 등 내실은 부족한 모습이다. 다수의 사외이사 교육과 활동에 대한 외부 평가가 전무한 상태다. 사외이사 선발 프로세스도 기존 사외이사 집단에만 의존한다. 외형을 갖추는 데에만 충실한 덕에 이사회 평가점수가 '평균 3점'에 그쳤다.
◇사외이사 과반 차지하나 교육·외부 평가 '전무'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고려아연은 255점 만점에 166점을 받았다.
우선 '구성' 항목에서 45점 만점에 31점, 평점은 5점 만점에 3.4점을 얻었다. 고려아연은 이사 수가 많은 편이다.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7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다. 이사회 내에는 상법상 의무설치 대상 소위원회(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외에도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수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다.
모든 소위원회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담당하고 있다. 다만 이사회 의장 자체는 실질적인 오너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맡고 있어 이 부분에서 최하위 평가점수를 받았다. 이사회 규모가 상당하나, 이를 지원하는 별도 조직 없이 IR팀이 이사회 및 위원회 안건과 일정 계획 수립, 의사록 작성 등 간사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참여도' 항목도 이사회 구성 항목과 평점이 동일(3.4점)했다. 지난해 연간 정기 이사회 개최 수는 6회, 임시 이사회 개최 수는 11회로 정기적으로 적정하게 개최됐다. 이사회 출석률은 100%에 달했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정기 이사회 안건을 이사회 개최 1일 전 임박해 통지한다는 점, 이사회 교육이 전무했다는 점이 평점을 낮췄다.
'견제기능' 항목은 45점 만점에 32점, 평점은 5점 만점에 3.6점이다. 고려아연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 있는 곳이다. 또한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제하고 있다. 감사위원회 역시 3명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고 감사원 출신의 전문가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를 외부 및 주주 추천 등을 거치지 않고 오로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만을 거쳐 선임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사외이사가 전체 이사회의 과반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도 일절 개최되지 않고 있다. 총주주수익률(TSR) 또는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경영진에 보수를 지급한 사례도 없다.
◇우수한 배당·재무건전성, 경영성과는 '평균미달'
'정보접근성' 항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40점 만점에 24점, 평점은 5점 만점에 4.0점이다. 고려아연은 △개별 이사의 활동 내역 △정기 및 임시 이사회 개최 시점에 다뤄진 안건 내용 △3개년 주주환원 정책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홈페이지에 충실히 공개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도 80%로 우수하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평점은 낮은 편이다. 35점 만점에 22점, 평점은 5점 만점에 3.1점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기준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종합 ESG 등급 'B'를 확보하고 있다. 이사회가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양호한 평가를 받은 셈이다. 내부적으로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개별평가도 실시하고 이를 재선임에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사회 활동 평가가 외부평가 없이 내부평가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 이사회 평가 결과를 주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평점을 낮춘 요인으로 작용했다. 내부평가 결과에 기반해 이사회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지도 않다. 최근 고려아연은 적대적 M&A에 휘말리면서 최윤범 회장이 배임 혐의로 피소된 상태다.
'경영성과'는 평가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55점 만점에 30점, 평점은 5점 만점에 2.7점이다. 지난해 기준 고려아연의 배당수익률(3.01%)과 총자산이익률(ROA)(4.42%),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24.93%), EBITDA 대비 순차입금(0.03), 이자보상배율(15.57배) 지표는 시총 100대 기업 중 매우 우수한 편에 속한다.
투자지표와 경영성과지표에서는 평균치를 하회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1.1%), 주가수익률(-7.6%), 총주주수익률(TSR)(-4.82%) 모두 저조하다. 대표적인 경영성과지표인 매출성장률(-13.5%), 영업이익성장률(-28.2%)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5.65%)도 100대 기업 평균값(7.1%)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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