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 '기업금융 명가 재건' 1년반 공과는 대출확대 전략 마침표, '영업력 강화' 목적 달성…RWA 성장률 급증, CET1비율 관리 난항
최필우 기자공개 2024-11-06 12:47:56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11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사진)이 기업대출 축소로 방향을 틀면서 취임 후 이어진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은행은 그간 가파르게 늘려 온 기업대출 잔액을 줄이고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대외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주주환원 약속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조 행장 임기 중 추진한 기업대출 확대 전략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요구했던 '영업력 강화'에 부합하는 성과를 냈다. 전행적인 영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했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보통주자본(CET1)비율과 연동된 전략을 적절히 수립하지 못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실적 KPI 제외…기업금융 전략 전환기 도래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신규 기업대출 실적을 핵심역량지표(KPI)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조 행장이 취임 후 추진해 온 기업금융 영업력 강화 전략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는 임 회장이 제시한 전략에 부응하는 차원이었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장 선임에 가장 중시해야 할 요건으로 영업력을 꼽았고 지점장 시절 탁월한 영업 실적을 낸 적이 있는 조 행장이 우리은행을 이끌 CEO로 낙점됐다. 조 행장이 기업금융 강화를 최우선 순위로 삼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리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조 행장 취임 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의 취임 직전인 2023년 2분기 161조원이었던 기업대출 잔액은 3분기 168조원, 4분기 170조원으로 늘어났다. 취임 후 반년 동안 9조원(5.6%) 성장했다. 4분기가 은행권 전반적으로 영업을 정리하고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전했다.
본격적인 성장은 올해 이뤄졌다. 기업대출 잔액은 2024년 1분기 175조원, 2분기 183조원, 3분기 191조원으로 증가했다. 올들어 3분기 말까지 기업대출을 21조원(12.4%) 늘렸다. 전국 주요 산업단지에 거점 점포를 신설하고 성과를 우선시하는 인사 정책을 펼친 게 기업대출 잔액 증가로 이어졌다.
조 행장의 일관된 기업금융 강화 전략은 우리은행 분위기 쇄신으로 이어졌다. 우리은행을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53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10.1% 늘어난 금액이다. 우리은행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우리금융도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실적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기업대출 중단 넘어 축소 기조…전략 급변경으로 혼선
조 행장 재임 기간 호실적을 낸 것과 별개로 최근의 전략 변화는 급격하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은행은 KPI 11월 신규 기업대출 실적을 KPI에서 제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기업대출을 회수하면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 증가를 위해 노력해 온 행원들이 한달 만에 잔액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RWA 성장률이 CET1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전략이 설계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 행장 취임 후 우리은행 RWA 성장률은 전보다 높아졌다.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받은 2023년 4분기(0%)를 제외하고 매 분기 3%를 웃도는 RWA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RWA 성장률 10.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 RWA 성장률은 8%다.
RWA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CET1비율 관리에 고전했다. 올들어 우리금융은 12%, 우리은행은 13.2~13.3% 수준의 CET1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주주환원 강화 차원에서 2025년 말까지 CET1비율 12.5%에 도달하겠다고 밝혔으나 현 추세가 이어지면 목표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주에게 약속한 기한이 1년 남짓 남아 전략을 급하게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KPI 변경 파장은 연말 인사 시즌까지 미칠 전망이다. 갑작스러운 기조 변화로 올해 고과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내부에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행장은 혼선을 초래한 점에 대해 전직원 대상 사과 메세지를 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조 행장이 취임 후 지속해 온 쇄신 성격의 인사를 반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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