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그룹은 국내 대표적인 중견기업집단으로 1971년 한 척의 참치 원양어선으로 시작한 사조사가 그 전신이다. 설립 이후 반세기 동안 2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성장해왔다. 창업주인 주인용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현재는 오너 2세인 주진우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올해 76세인 주 회장은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한국의 재벌 기업들은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폐쇄적이라는 한계도 있다. 사조그룹 역시 예외가 아니다. 주진우 회장은 다수 계열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며 직접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의 아들 주지홍 부회장 역시 7개 계열사의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의 독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외이사조차 그룹 출신 인사가 많아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룹 출신이 아니더라도 이사회나 오너가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많다. 이사회에 다른 의견이나 시선이 개입되기 힘든 구조다.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진행된 푸디스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이같은 폐쇄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인수 자금을 부담한 사조오양 이사회 내에서도 인수·합병에 필요한 분석 자료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조오양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재직 중인 곳이다. 기업 인수 과정에서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인 조달 비용이나 예상 수익률조차 감사위원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에게 설명되지 않았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영원한 제국은 없다. 다만 그 제국이 오랫동안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수적이다. 다양성을 잃은 제국은 결국 정체되기 마련이며 고인 물이 썩듯 쇠퇴할 수밖에 없다.
로마제국이 천 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방성과 다양성이 있었다. 민족, 문화, 종교를 포용하며 성장한 로마의 사례는 현대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이사회 구성에서 민족, 성별, 연령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며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한다.
강한 오너십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순혈주의는 필패(必敗)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상장기업이라면 지배주주인 오너 일가의 이익만이 아니라 비지배주주, 직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도 고려해야한다. 사조그룹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이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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