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조 증자]'절실한' 유증, 투자자 신뢰 얻을까시총 1조 증발, 유증 관련 혼선도 있어…미국 GM JV 등에 투입 전망
이호준 기자공개 2025-03-17 10:49:3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11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가 결국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2조원을 조달하며 배터리 업계의 자본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 부담이 있지만 투자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삼성SDI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발행 주식 수는 1182만1000주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4월18일, 최종 발행가는 5월22일 확정된다. 신주 상장은 6월19일로 예정됐다.
유증으로 조달한 2조원 중 4541억원은 시설 투자에, 1조5460억원은 타법인증권 취득에 쓰일 예정이다. 미국 GM과의 합작법인(JV), 헝가리 공장 증설, 전고체 배터리 투자 등이 주요 사용처로 꼽힌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설 때도 이들에 버금가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기업공개(IPO)로 약 10조원을 확보했다. SK온은 IPO를 준비하며 모회사 유상증자, 프리IPO, 신종자본증권 발행, PRS 계약 등을 통해 작년 중순까지 약 6조3000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삼성SDI는 2000년 이후 금융권 차입, 자회사 배당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오다가 처음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단순한 투자 재원 확보를 넘어 배터리 업계에서 끝까지 버티던 기업까지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회사는 2022년까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질적 성장'을 강조했지만 2023년부터 투자를 급격히 늘리더니 지난해에는 자본적지출(CAPEX)을 6조6000억원대까지 늘렸다.
올해는 북미 단독 공장 설립을 미루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스텔란티스와 세운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해 초기 생산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예상된다. 여기에 회사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종료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예상하면서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다각도로 자금 조달 방안을 고려하다가 나온 게 유상증자"라며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시장 반응이다. 삼성SDI가 공시한 유증 예정 발행가는 주당 16만9200원으로, 13일 종가(20만4000원)보다 약 20% 낮다. 시장에서는 올해 내내 캐즘(수요 둔화)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가 하락 우려가 크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유증이라는 불가피한 한 수를 택한 셈이다.
여기에 최근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더 안 좋아졌다. 작년부터 고려아연, 이수페타시스, 현대차증권 등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국회에서는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미 삼성SDI 주가는 14일 오전 중 18만8500원까지 떨어졌다. 전날 대비 7% 가까이 하락하며 시가총액 약 1조원이 증발했다.
회사가 반등 모멘텀을 어디서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당분간은 반등 동력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5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약 7년 만의 적자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적극적인 주가 부양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SDI는 올해 초 "2025~2027년 3년간 현금 배당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주주환원 정책 재검토 시점은 202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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