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07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근래 화학업계 임원을 만나면 빼놓지 않는 질문이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냐고. 대부분 한숨부터 푹 내쉰다. 달리 방도가 없다는 의미다.수십 년간 구축한 공급망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몇 개월 사이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으니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대기업 계열 화학사는 트럼프 관세 리스크에 여태껏 2025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단다. 베트남의 상호관세율(46%)은 관세 대상 180여개국 중 중국을 제외하면 최고 수준이다.
화학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소요되는 자본·기술집약형 장치산업이다. 투자 결정부터 공장 건설, 램프업까지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원하는 대미 투자를 지금 당장 결정한다 해도 트럼프 2기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공장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공장을 완공해도 고민이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자재비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소재로 발을 넓히고 있는 화학사들도 트럼프 재집권의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하자마자 한 일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였다.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규제에서 벗어나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근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중동부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들의 부흥이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개화 시기를 늦출 요인으로 평가된다. SK와 LG, 롯데 등 대기업집단 화학사들마저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등의 신사업 투자를 재검토하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고려하면 각 국가에 부과된 상호관세는 미국의 협상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한국, 미국과 베트남 등 국가별 대미 협상에 따라 최종 관세율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다수의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협상 성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중견화학사 CEO는 "어쨌건 트럼프 임기는 끝난다"며 계획한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했다. 들었던 말 중 가장 희망 섞인 답변이었다. 어쩌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집권하는 4년을 견딜 단기 전략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래 재계 전반에 비상 경영, 비용 절감, 운영 효율화 같은 단어들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확실한 건 트럼프의 임기는 유한하다는 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더핑크퐁컴퍼니 IPO]코스피 노리던 '아기상어', 코스닥 선회 배경은
- [더핑크퐁컴퍼니 IPO]6년 기다린 상장, 실적 개선에 코스닥 입성 본격화
- 더시에나그룹, 중부CC 인수한다
- 법정구속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경영공백 '현실화'
- 마스턴운용, 용인 백암 물류센터 '백기'
- [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VIP운용, 주성엔지니어링 분할계획에 반대표
- [더제이운용 ETF 승부수]시장 타이밍 '적기'…사업다각화 고민 '결과물'
- [증권사 기관전용펀드 열전]부동산 PEF 경쟁 심화…'공동GP' 카드 만지작
- KB증권 PBS, 주식형 수탁 강화…수익성 높였다
- [연기금투자풀 지각변동]KB증권 OCIO, 최단기간 3관왕 저력 '승부수'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장용호 체제' SK이노, '리밸런싱' 속도 빨라진다
- SK이노베이션 CEO 자리 '요직'에서 '험지'로
- 실적·주가 부진 SK이노 리더십 교체…장용호 SK㈜ 사장 겸직
- 대산 석유화학업계 '위기대응 협의체' 꾸린다
- 한화솔루션 새 캐시카우 '수익성' 낮출 IRA 수정안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한정된 캐시카우에 'PBR 0.3배'…신사업 성과는 2027년에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혹한기'에도 선방, 시장점유율 1위 PPG '덕'
- SK어스온, 인니 유망 광구 낙찰…동남아 클러스터링 '마지막 퍼즐'
- [Policy Radar]공급과잉·전기료 인상 '이중고' 석유화학사, NCC '통합운영' 길열리나
- [thebell note]전기차 타는 SK이노베이션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