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3월 12일 08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신용평가 시장이 뜨겁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앞다퉈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올리고 있다. 업종·그룹 계열사·기존 등급 불문이다.
수년씩 묶여있던 기존 등급에서 벗어난 기업이 잇따르고, 투기등급에서 투자적격등급으로 승격된 라이징 스타(Rising Star)도 눈에 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조차 이례적인 '줄 상향'에 정신이 없다는 반응이다.
등급이 오른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재무구조 개선, 그룹의 지원 가능성, 시장 경쟁력 향상 등 상향 논리를 찾는 것만도 바빠 보일 정도다. 수긍하기 힘든 궁색한 평정 이유도 한둘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금융위기 전후로 국내 신평사가 등급 액션(Rating Action)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기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산업 전반적으로 등급 정리가 이뤄졌어야 했다. 이런 과정이 생략된 채 위기가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등급 상향 압력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약 800억원(2009년 기준) 규모다. 이 시장을 3개 국내 신평사(한신평·한기평·한신정평가)가 나누고 있다. 신평사간 차별화가 이뤄진 게 아니라서 "더 높은 등급을 주지 않으면 딴 데로 가겠다"는 식의 등급 쇼핑이 가능한 구조다.
이 때문에 시장의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발행사, 즉 기업의 입김은 세지기 마련이다. 기업들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식 행태에 신평사가 끌려 다니면서 등급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버린 양상이다.
더욱이 올해는 채권발행이 봇물을 이뤘던 지난해에 비해 회사채 발행 기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평사의 수수료 수입도 덩달아 작아질 게 분명하다. 신평사가 기업을 상대로 내세울 수 있는 영업미끼는 등급 상향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평가사의 수익이 발행사에서 나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신평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감지되고 있다. 신용평가 시장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야 제도가 바뀌고, 신평사가 바뀔 수 있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흘러 나온다. 이러다간 대부분의 기업이 AA등급에서 만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시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무분별한 등급 상향은 결국 자신의 밥그릇을 깨는 일과 같다. 설득력이 없는 평정이 반복된다면 등급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기의 가치는 스스로가 결정한다는 말이 국내 신평사와도 무관한 얘기는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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