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31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외부 펀딩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주요주주가 20곳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복잡한 상호 의견 조율 및 이해관계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케이뱅크는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에퀴티 조달을 꾀하고 있다.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약 1500억원(주주 배정), 사모투자(PE)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을 상대로 또 1500억~3000억 원(제3자 배정) 정도 자금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그 일환으로 케이뱅크는 최근 국내 최대 PE 하우스인 MBK파트너스를 비롯, 몇몇 운용사들에게 예비실사 기회를 부여했다. 실사 작업을 마친 FI들은 발행사로부터 주요 거래조건(텀싯)을 받아간 뒤 사측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케이뱅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15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 결의는 마친 상태다. 주당 5000원에 총 3000주(보통주 2400만주, 전환주 600만주)의 신주를 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종전 3500억원에서 일단 5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케이뱅크엔 작년 말 기준 △KT(10%) △우리은행(13.79%) △NH투자증권(10%) △한화생명보험(9.41%) △GS리테일(9.26%) △KG이니시스(6.61%) △다날(6.61%) 등 20곳이 주주로 등재돼 있다. 작년 9월 한국자산신탁 모회사인 MDM이 1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케이뱅크 지분 4%를 획득, 20번째 주주가 됐다.

덕분에 자본금을 3500억원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적잖은 주주 수로 인해 의사결정 구조는 까다로워졌다. 케이뱅크는 실사를 완료한 FI들을 대상으로 수 천억원 추가 조달을 모색 중인데, 이번 증자에 있어선 최종 합의까지 최대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또한 성사되면 케이뱅크 자본금은 기본 7000억원 안팎까지 증액이 가능해진다.

다만 주주가 여러 군데다 보니 FI를 초청할 경우 주주간계약(SHA)을 갱신해야 하는 등의 이슈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약 20개 주주 가운데는 SHA로 엮이는 곳도 있고 안엮이는 곳도 있어 더욱 복잡하다는 후문이다.

대주주가 많아 자본확충 등 의사결정에 애를 먹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은 업계 경쟁자 카카오뱅크의 사업 모델을 따르는 것이다. 케이뱅크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 보유지분만 58%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이고 단순한 주주구성을 갖췄다.

이렇게 되려면 케이뱅크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주주 정리 작업을 단행해야 한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 조언이다. 케이뱅크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이 참에 주주관계를 한 차례 정리하고 갈지, 우선 급한 증자부터 추진할지 등에 대한 사례연구(case study)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모델로 가려면 못해도 현 상태에서 주주 열댓 곳, 혹은 그 이상이 한꺼번에 엑시트(투자금 회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금융당국과도 사전 교감이 있어야 한다"며 "풀어야 할 이슈들이 동시다발로 산재해 있다 보니 거래(FI 초청) 진전이 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