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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운용, 공개압박 전환 첫 사례 '현대홈쇼핑' [행동주의 헤지펀드 분석]③6년간 비공개 서한에도 '묵묵부답'…"공개 행동전환 불가피"

이민호 기자공개 2019-04-17 13:10: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덩치가 크지 않지만 국내 사모 헤지펀드들도 액티비스트(Activist)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벨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운용철학과 전략, 핵심인물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5일 07: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8일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현대홈쇼핑 정기주주총회장이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현대홈쇼핑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L&C(구 한화L&C) 인수에 현대홈쇼핑 자금을 동원한 것이 현대홈쇼핑이나 현대홈쇼핑 주주의 이익이 아닌 현대백화점그룹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이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원칙은 비공개이지만 VIP자산운용이 공개 행동주의로 전환한 첫 사례가 바로 현대홈쇼핑이다. VIP자산운용이 주총장에서 공개 발언에 나선 건 약 6년간 보낸 비공개 서한 발송에도 현대홈쇼핑은 불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현대L&C 인수 현대홈쇼핑 주주이익 침해…효율적 자본배치 촉구

VIP자산운용은 약 6년 전부터 현대홈쇼핑에 투자하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현대홈쇼핑의 현금 창출 능력과 함께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필요한 사업구조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영업현금흐름의 지속적인 증가로 주가 상승과 안정적인 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현대홈쇼핑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665억원을 기록해 2010년 상장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4년 초 17만원을 웃돌았던 현대홈쇼핑 주가는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 10만원을 하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기간 배당성향은 10~17%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배당수익률도 1%대에 머물렀다.

VIP자산운용은 현대홈쇼핑 이사회의 비효율적인 투자 결정 때문에 합당한 주주 몫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홈쇼핑 이사회가 현대홈쇼핑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의 논리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VIP자산운용은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L&C를 인수할 당시 현대홈쇼핑의 자금이 동원된 것을 대표적인 예시로 보고 있다. 현대홈쇼핑 이사회가 본업인 홈쇼핑과 관련이 없는 건자재업체를 인수하는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이익을 따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L&C를 인수한 이유로 가구 전문 계열사인 현대리바트와의 시너지를 내세웠지만 정작 인수자금을 댄 현대홈쇼핑은 현대리바트 지분을 1.3%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리바트 대주주는 39.9%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그린푸드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오너이더라도 현대홈쇼핑 사내이사라면 현대홈쇼핑 위주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본업과 관련이 없는 현대L&C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동원한 것은 현대홈쇼핑 사내이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10월 모건스탠리PE로부터 한화L&C의 지분 100%를 368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화L&C 인수에 현대홈쇼핑 자금을 이용했다. 현대L&C로 사명을 변경한 한화L&C는 현재 현대홈쇼핑의 100% 자회사다. 현대L&C 인수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이 책정한 밸류에이션은 같은 시기 동종업체인 LG하우시스나 KCC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현대리바트와의 시너지를 기대했다면 현대리바트에서 인수하든지 현대리바트를 지배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에서 인수하는 게 맞다"며 "다른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위해 현대홈쇼핑의 자금을 무리하게 동원한 것은 현대홈쇼핑 이사진으로서의 의무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VIP자산운용은 2010년 상장 당시 20%를 넘보던 현대홈쇼핑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해 10% 아래까지 추락한 점도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배치한 증거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VIP자산운용은 정기주총 전부터 비공개 서한을 통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현대홈쇼핑에 요구해왔다.

김 대표는 "주가가 저평가된 시기에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투자나 현금보유보다 자원 배분이나 주주이익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만으로 손실이라거나 효과가 없다는 현대홈쇼핑 측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6년간 비공개 서한에도 '묵묵부답' 일관…공개 행동주의 전환

VIP자산운용은 현대홈쇼핑 사례에서도 그들의 행동주의 철학인 비공개 행동주의를 우선 실행했다. 하지만 약 6년간 꾸준히 현대홈쇼핑 측에 비공개 서한으로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유의미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 VIP자산운용의 설명이다. 현대홈쇼핑이 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여전히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홈쇼핑에 한해 공개 행동주의로 전환한 이유다.

김 대표는 "현대홈쇼핑 이사진의 경영 방향이 옳았다면 지난 6년 동안 총주주수익률의 관점에서 주가든 배당이든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이에 대해 대표이사나 그 외 이사진이 책임감 있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현대홈쇼핑 주총에서는 VIP자산운용 외에도 미국계 운용사 달튼인베스트먼트(Dalton Investment)와 국내 운용사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공개 행동에 나섰다. 달튼인베스트먼트는 현대홈쇼핑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자본효율 정상화 등을 촉구했고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합리적 자본배분 정책,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증대 등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기관투자자별로 지적하는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여러 주체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현대홈쇼핑이 시장에서 소외되거나 신뢰를 잃었다는 증거"라며 "다른 기관투자자와 교집합이 있다면 협력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VIP자산운용의 공개 행동이 지분 매집이나 의결권 위임장 대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VIP자산운용은 달튼인베스트먼트나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는 달리 주총 전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지 않았다. VIP자산운용이 보유한 현대홈쇼핑 지분은 3%대 후반으로 달튼인베스트먼트(2.5%)나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0.14%)의 보유분보다 많다.

김 대표는 "현대그린푸드를 포함한 대주주들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해 회사의 경영권 자체를 가져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번 공개 행동은 회사의 관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는 점에 의미가 있으며 지속적으로 비공개적으로든 공개적으로든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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