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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을 움직이는 사람들]패기로 뭉친 신예의 등장…사회적 가치 지향①30대 변호사들의 도전…공익·성장 양날개 '비상'

조세훈 기자공개 2019-12-03 13:56:47

[편집자주]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지평은 국내 법률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20~30대 젊은 변호사들의 신선한 도전으로 출발한 지평은 설립 초기 벤처, 해외시장 등에 선구적으로 진출했으며 공익 활동도 왕성히 수행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2008년에는 지평, 지성의 통합으로 대형 로펌 반열에 올랐으며, 현재 전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종합로펌으로써의 위상도 세웠다. 더벨은 지평의 성장을 이끌어온 변호사들의 면면을 세대별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2일 14: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밀레니엄 시대를 막 지난 2000년 법률시장에서 지평의 등장은 파격이었다. 파트너 변호사 한 명 없이 주니어급 20~30대 ‘어쏘(Associate) 변호사'들이 뭉쳐 법률사무소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가장 고참 변호사가 6년차 경력을 지닌 양영태 변호사였다. 당시 유행이던 부띠끄 로펌이 아닌 종합 법률사무소를 지향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실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지평은 짧은 시간 젊은 로펌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법률 시장을 개척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 해외 시장 개척, 금융 분야의 새로운 법률 서비스 제공, 사모펀드(PEF) 시장 진출 등 여러 분야에 도전해 성과를 이룬 덕분이다. 설립 초기 벤처기업 전담 조직을 꾸려 고급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반성장한다는 전략도 유효했다. 당시 벤처기업들은 현재 유니콘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법률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2008년에는 법무법인 지성과 합병하며 도약의 발판도 마련했다. 대형 로펌 중에서는 막내지만 로펌의 사회적 책임은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경영을 구심점으로 공익변호사 규모도 두 자릿수로 확대하고 있다. 지평은 성장과 사회적 책임이란 두 날개를 바탕으로 5년 후 현재 변호사 200여명 규모를 두 배가량 키운다는 방침이다.

◇ 공익 추구 로펌 탄생…실력으로 '우뚝'

양영태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는 2000년 중대기로에 섰다. 대학 시절 진보적 삶을 지향했던 양 변호사는 실력 있는 로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로펌을 꿈꿨다. 당시 그의 주변으로 공감하는 변호사들이 합류해 세종내에서 신흥 그룹을 형성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서 명성은 쌓였지만, 후배들과 약속한 로펌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무게감에 짓눌리고 있었다. 2000년 숱한 난관에도 새로운 형태의 로펌을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다.
(왼쪽부터) 양영태 대표변호사, 임성택 대표변호사

당시 6년차 어쏘 변호사인 양 변호사가 함께 뜻을 도모한 이는 '영원한 동지' 임성택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다. 임 변호사는 양 변호사와 서울 법대 82학번 동기로 학생운동· 시민운동을 거치며 33살에 늦깎이 변호사가 됐다. 임 변호사가 김앤장을 가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양 변호사가 세종행을 권유했으며, 이때부터 두 변호사는 '영원한 동지'가 됐다. 두 선배 변호사의 뜻에 공감한 젊은 어쏘급 세종 변호사들도 안정적인 대형 로펌 생활을 포기하고 대거 합류, 10명의 변호사가 지평의 설립에 참여했다.

현재 금융소송팀을 이끌고 있는 배성진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는 "지평을 선택하는데 다른 이유는 없었고, 오직 사람을 보고 판단했다"며 "선배인 양영태·임성택 변호사의 뜻과 비전에 공감해 즉각 합류를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지평은 처음부터 종합 법률사무소를 지향했다.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는 로펌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양 변호사는 "주위에서 부띠끄 로펌으로 시작하라는 권유가 많았다"면서도 "실력있는 로펌, 공익을 실천하는 새로운 로펌을 만들기 위해서 어렵더라도 종합 로펌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륜을 갖춘 파트너 변호사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평 변호사들은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만난 판사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찾아가 정중히 합류를 요청했다. 젊은 변호사들의 새로운 로펌상에 동의한 강 변호사가 합류를 결정하며 신구 조화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지평 첫 대표를 맡은 강 변호사는 로펌의 국내 첫 여성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강 변호사는 참여 정부 시절 여성 최초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며 지평을 떠났지만, 초기 지평이 뿌리를 내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실력있는 로펌을 지향한 지평 변호사들은 굵직한 소송·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설립 3개월 차 로펌인 지평은 윌로-삼손의 엘지전선 펌프사업부문 분리인수 건의 법률자문 입찰에 대형 로펌들을 제치고 자문건을 수임했다. 지평 변호사들이 세종 시절 쌓은 수임 경험 때문이다. 합작회사 설립, 펌프사업부문 영업양수도와 중국 현지공장 인수 등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윌로-엘지 펌프의 법률고문이 됐다.

임 변호사는 "지지 않는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해 맡은 소송을 연전연승하며 한때 9할을 넘긴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2년 국민카드를 대리해 제일은행이 제기한 '영문상호' 분쟁에서의 승소가 대표적이다. 당시 소규모 로펌인 지평이 대형 금융사인 국민카드의 소송대리를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KOREA FIRST BANK'라는 영문상호를 사용하고 있던 제일은행은 2002년 'KOREA FIRST CARD' 슬로건을 사용하는 국민카드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임 변호사는 법조계 최초로 국민 여론조사 기법을 동원,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 않음을 증명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양 변호사는 연수원 2년 차 때 원희룡 제주지사와 공동 집필한 사법시험 수험서이자 베스트셀러인 '주관식 헌법'을 통해 법조계에 이름을 알렸다. 소송·자문 성과 뿐 아니라 진취적인 열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등 경영가적 능력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 벤처전문·해외 진출…성장 토대 닦아

로펌 후발주자인 지평은 설립 직후 규모 면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벤처기업들을 적극 공략했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투자하는 '니치마켓' 전략을 취했다. 전문팀을 꾸려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벤처전문 로펌'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당시 벤처기업인 네이버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엔씨소프트를 비롯 다수의 기업들도 중견기업으로 우뚝 서면서, 지평의 자문 범위도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지평은 벤처에서 닦은 명성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며 대기업 소송, 기업 인수합병(M&A) 등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양 변호사는 "당시 관계를 맺은 기업들과 지금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도 적극 진출했다. 양 변호사는 2000년대 중순 안식년을 맞아 베트남으로 향했다. 통상 미국, 영국에서 로스쿨(LLM) 연수를 떠나는 것과 상반된 행보였다.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파악하고, 향후 지평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였다. 1년 넘게 베트남 현지에서 생활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밑그림을 그린 후 동료 변호사들의 설득에 나섰다.

대형 로펌도 주저하는 해외 시장 진출을 소형 로펌이 시도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설득해 진출을 결정했다. 2007년 중국 상하이와 베트남 호찌민에서 시작된 해외 네트워크 구축은 현재 7개국 8곳(상하이, 호찌민·하노이, 캄보디아 프놈펜, 라오스 비엔티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얀마 양곤, 러시아 모스크바)에 지사를 두는 데 이르렀다.

해외업무는 정부 신남방정책과 맞물리며 지평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지평은 국내 금융사의 현지 법인 설립 및 인수 자문을 거의 휩쓸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비나은행 합병과 신한은행의 미얀마 은행 라이선스 취득 자문 등을 수행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산업은행의 자카르타 대표사무소 설립, 신한금융투자의 아카펠라고자산운용사 인수 등을 자문했다.
(왼쪽부터) 김지형 대표변호사, 이공현 대표변호사
지평은 지난해 말 임성택 변호사를 경영 대표변호사로 선임하며 '공익적 가치'를 보다 전면에 내세웠다. 이공현, 김지형, 양영태 변호사와 함께 대표변호사를 맡으며 '4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임 대표변호사는 올해 '사회적가치위원회'를 신설해 공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한국 로펌으로는 최초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했으며, 2014년 지평이 설립한 공익변호사 단체 '두루' 상근 인력도 8명에서 조속한 시일내에 2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초기 설립 목적에 부응하고, 시대정신으로 부각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로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수 인재를 적극 영입해 5년 내로 두배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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