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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JJ'의 은퇴, 셀트리온의 미래

민경문 산업2부 차장공개 2020-01-29 07:32:14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8일 07:0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4월, 63빌딩에서 열린 셀트리온 기자회견장. 서정진 회장은 공매도 세력 공세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업체의 주인이 외국계 제약사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은 요동쳤다. 그렇다고 악성 루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우자동차 샐러리맨 출신에게 ‘바이오회사 창업주’는 버거운 타이틀인 듯 했다.

서 회장을 다시 만난 건 이달 중순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의 가장 넓은 행사장에서 그는 20여분간 PT를 직접 소화했다. 전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스피커들이 영어로 발표한 것과 달리 그는 유일하게 ‘모국어’ 발표를 강행했다. 순차통역으로 인해 배정된 시간의 절반 밖에 활용 못했지만 '할 말'을 하는데는 모자람이 없었다.

서 회장은 “영어 못한다고 비즈니스가 안되는 경우는 없다. 사업 성공의 키는 바로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생명공학 전공도 아니지만 의사들을 만나가며 독학으로 ‘바이오’를 공부했다는 그다. 20년 전 백수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짠내나는 스토리는 여느 스피커의 '전문적'인 발표 내용과는 달랐다. 그럼에도 청중들은 ‘JJ(서정진 회장의 영문 애칭)’를 연호하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특히 ‘등수’와 관련된 서 회장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전세계 등수는 자기와 상관없을 줄 알았지만 바이오 회사를 만들면서부터는 세계 1위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자동차를 파는 것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한우물을 팠더니 포브스(forbes) 400대 부자가 돼 있었다고 했다. 그가 7년 전 셀트리온 지분을 팔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셀트리온 회장으로서 이뤄진 공식 스피치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10년 전부터 은퇴를 언급해 왔던 서 회장이었지만 이를 다시 공식화한 셈이다. 5년 전에는 셀트리온 대표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는 “셀트리온그룹 임원 정년이 65살인데 (57년생인) 회장이라고 별 수 있겠냐”고 말했다. 물론 연말 회장직 사임 이후 원격진료 중심의 인공지능(AI) 신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엄밀한 의미에서의 은퇴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서 회장 이후의 ‘포스트 셀트리온’을 걱정한다. ‘서정진’ 한 사람이 차지하는 무게감이 워낙 컸던 만큼 예상 가능한 오너 리스크일 수도 있겠다. 그가 마지막 발표를 통해 셀트리온의 미래를 둘러싼 다수의 ‘빅플랜’들을 공개한 점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전략적인 발언일 수도 있다. 셀트리온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1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꾸준히 거론해 왔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두 아들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최고경영자(CEO)만큼은 외부 전문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낸 서 회장이다. 국내 사회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이슈들을 잡음없이 풀어나갈 수 있을지도 셀트리온을 둘러싼 관전포인트다. 서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는데 허언일지 아닐지는 지켜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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