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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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갑부' 해성그룹...제지업 확장에 쏠리는 눈 '원창포장·세하' 잇단 인수, 수익성 제고·그룹 승계 포석 관측

조세훈 기자공개 2020-03-23 10:15:3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17: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의 숨은 자산가로 평가받는 해성그룹이 '제지업'에 관심을 갖고 인수합병(M&A)에 집중하고 있다. 반년 새 원창포장공업과 세하 인수로 골판지·백판지 시장에 진출했다. 부동산 갑부로 통하지만 신규 사업 진출에는 소극적이었던만큼 그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한국제지는 20일 백판지 업계 3위 업체 세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보유한 세하 지분 71.64%와 503억원 규모의 채권을 인수하는 내용이다. 세하 매각 초기부터 깊은 관심을 보인 한국제지는 해성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입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해성그룹은 1954년 출범한 부동산 임대·공급회사 해성산업을 모태로 사세를 키웠다. 해성산업과 한국제지가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며 해성디에스 계양전기 한국팩키지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1970년대 명동 사채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했던 고(故) 단사천 회장의 명성처럼 해성그룹은 현금 부자로 알려져있다.

넉넉한 현금으로 서울 강남과 성수동 일대 빌딩을 사들였으며 추정가치만 조단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무차입 경영기조가 강해 M&A 시장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4년 해성그룹이 삼성테크윈(당시 삼성반도체)의 반도체 재료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무차입 경영기조를 깬 뒤 차입금을 활용한 게 그나마 최근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조가 바꾸고 있다. 안재호 전 삼성SDI 부사장을 한국제지 대표로 선임하며 제지업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복사지 브랜드 ‘밀크(MILK)’로 유명 한국제지는 지난 40년간 인쇄용지 사업에 집중해왔다. 2011년 출시된 밀크는 1년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하며 1위를 차지했다.

최근 경영난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 말부터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상승하고 복사지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한국제지는 개별기준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지만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19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1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룹 내 가장 큰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제지가 휘청이자 제지업 M&A로 돌파구를 찾는 전략을 취했다. 첫 행보로 지난해 11월 골판지 원지와 상자를 제조하는 원창포장공업을 900억원에 인수했다. 골판지산업은 전자상거래 확대의 영향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택배 포장에 골판지가 주로 활용되면서 관련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백판지 업체 세하까지 인수했다. 자금력이 풍부한 해성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부담을 줄였다.

세하는 백판지 시장 점유율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점유율이 40%인 한솔제지와 20%의 깨끗한 나라에 이어 업계 3위다. 주로 제과·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쓰이는 범용 백판지를 만든다. 제지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승계를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 아래는 장남 단우영 해성디에스 사장과 단우준 해성디에스 부사장이 있다. 앞서 단 회장은 삼성동 포스코사거리에 위치한 해성 1·2빌딩을 두 아들에게 넘겨줬다. 시장에서는 이 연정선상으로 그룹을 물려줄 때 형제 간 형평성을 위해 제지업을 전략적으로 키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금자산이 풍부한만큼 해성그룹이 제지업 시장에서 추가적인 M&A 행보를 취할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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