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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현대일렉트릭, '약발' 안받는 재무구조 개선책결손금 1년 새 60% 증가…차입 상환 부담 확대, 이철헌 상무 역할 커져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26 10:25:5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5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무상태표에 기재되는 결손금은 '바이러스'와 같다. 결손금을 덜어내지 못하면 자본금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결손금은 사업을 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수익을 초과해서 생긴 손실을 의미한다. 제조업은 전방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한번 적자에 빠지면 흑자로 전환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이 경우 결손금은 불어나고 잉여금은 바닥나고, 결국 종잣돈마저 까먹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다.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은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렵고 주식시장에서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이커머스 업체처럼 '믿는 구석'이 없다면 무상감자 등을 활용해 결손금을 덜어내는 게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전기전자 계열사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하 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사업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비롯해 고강도 비상경영 대책을 내놓았지만 적자가 쌓이면서 좀처럼 효엄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결손금으로 자본총계가 줄고 있어 재무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이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조1771억원, 영업손실은 156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1조9404억원)보다 1693억원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61억원 증가했다. 매출 감소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적자폭도 커졌다.


적자 원인은 국내외 전력기기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전력망에 공급되는 전기전자 기기를 제조해 판매한다. 전력이 소비자에 전달되기까지 '발전-송전-배전-소비'의 단계를 거친다. 이중 현대일렉트릭은 송전 및 배전 단계에 들어가는 △전력변압기 △고압차단기 △배전반 △중저압 차단기 등을 제조해 판매한다.

그런데 글로벌 전기전자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면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기술력과 '트랙 레코드'를 요구하는 고압 전력기기 시장의 수요는 스위스 ABB와 독일 지멘스 등 '톱티어' 업체에 쏠리고, 중저압 배전기기 부문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얻고 있다. 중위권의 현대일렉트릭은 시장 변화의 영향을 크게 맞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국내 매출은 줄고, 수출 시장의 매출은 답보한 상태다. 노후 전력 설비의 교체 시기가 다가온 미국과 유럽에 생산기지와 판매 법인을 설립해 대응하고 있다.

영업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재무구조다. 현대일렉트릭은 적자가 계속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22.2%, 유동비율은 132%를 기록했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784억원을 마련했고 지난해 7월 마북리 연구소 등을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에 597억원에 매각했다. 앞으로 1000억원의 유형자산을 추가로 처분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재무 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순차입금 비율은 전년(60.53%)보다 21.3%포인트 높아진 81.83%를 기록했다. 순차입금 비율이 50%를 넘어가면 재무 상태가 상당히 우려스러운 것으로 본다. 사실상 타인자본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대일렉트릭의 차입금(사채 포함)은 7731억원이다. 이중 52.6%인 4069억원은 1년 내 상환해야 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의 이점으로 자금 조달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상환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점은 부담이다.

적자가 쌓이면서 결손금을 쌓는 점은 재무구조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지난해 말 2년 째 이어진 적자로 결손금은 4278억원으로 불어났다. 1년 새 59.4%(2545억원) 증가했다. 설립 첫 해 1조원을 넘었던 자본총계는 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주식발행초과금이 약 9000억원에 육박해 자본잠식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결손금을 쌓으면서 자본총액이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부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시장은 현대일렉트릭의 자본재조정 시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자본금(1802억원)보다 자본잉여금(9017억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기업이다.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재조정도 가능하다. 무상감자는 자본금이 줄어든 만큼 생기는 감자차익을 이익준비금 항목에 넣어 결손금을 해소한다. 감자는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자생의지를 시장에 줄 수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무상감자를 비롯한 자본재조정 계획은 없다는 계획이다. 증자를 비롯한 자본재조정 전략을 짜는 임원은 최고재무책임자(CFO)다. 현재 현대일렉트릭의 CFO는 이철헌 원가·재정부문장(상무)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강병국 상무의 후임으로 재무부문의 사령탑을 맡았다.

현대일렉트릭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에서 전입한 인사다. 현대일렉트릭의 고위직 임원은 재무라인보다 기술 및 영업 분야에 쏠려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마켓쉐어를 점하려면 기술과 영업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무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이 상무의 역할은 이전보다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평이다.

현대일렉트릭은 2년 연속 내부자본(증자)과 외부자본(차입)을 모두 활용해 자본을 조달했다. 이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차입금 상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자본재조정 시기를 정하는 것도 이 상무의 몫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속된 증자와 적자로 주가는 상장 초기 대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하락했다"며 "재무구조를 개선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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