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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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KAL 사업부 매각, 유관산업 구조조정 앞당기나국적사간 MRO·기내식 제휴 ‘규모의 경제’ 시나리오

최익환 기자공개 2020-05-27 08:14:5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6일 10:2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의 사업부 매각을 위한 밸류에이션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거래 성사시 국내 항공유관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나 대기업이 새 주인이 될 경우 밸류업을 위해 자연스레 다른 국적항공사로의 공급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항공동맹체가 달라 사업 연계가 어려운 마일리지사업과는 다르게 MRO나 기내식의 경우 국내 항공사간 제휴 필요성이 꾸준히 요구돼왔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각각 내부위원회를 통해 대한항공에 대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의결·확정할 방침이다. △운영자금 2000억원 △자산유동화증권 인수 7000억원 △영구채 3000억원의 지원 전제조건으로는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의 매각 등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 대한항공은 자체적인 사업부 매각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채권단의 지원안만으로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국내 대형 회계법인 한 곳을 선임해 △마일리지 사업부 △MRO사업부 △기내식사업부 등의 기업가치 산정작업(밸류에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조용한 매각을 원하는 경영진의 기조에 따라 일부 원매자들의 물밑 태핑작업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PEF·SI 관심도 높아…인수시 밸류업 노릴 듯

업계는 대한항공의 사업부의 유력한 인수후보 국내외 PEF 운용사들을 꼽는 모습이다. 일부 유동성을 확보한 국내 대기업들과 함께 블라인드 펀드를 갖춘 PEF 운용사들이 인수전의 전면에 나설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기내식사업부의 경우 식음료(F&B) 분야에 관심을 보여온 국내 PEF 운용사 수 곳이 매각주관사 역할을 하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접촉을 지속하고 있다.

PEF 업계 관계자는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야하는 마일리지사업부 보다는 그보다 적은 금액에 인수할 수 있는 기내식사업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중”이라며 “식자재사업 및 파인다이닝 등 F&B 사업에 결합할 여지가 충분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이들 원매자가 내세울 밸류업 전략이다. 무엇보다 매출확대는 물론 비용절감과 효율화 등의 재무적 전략이 선행되고, 유관산업을 이어붙이는 소위 ‘볼트온’(Bolt-On)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가장 먼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는 기내식사업부의 경우 유관업종에서 투자를 경험했거나 현재 관련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PEF 운용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MRO 사업의 경우 PEF 외 한화 등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하더라도 해외 항공사들의 정비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의 밸류업이 선행되어야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항공업계, 국적사간 MRO·기내식 제휴 모색해와

그동안 항공업계가 국적 항공사간 일부 사업의 제휴를 거론해온 점은 이번 대한항공 사업부 매각작업 이후 상황을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포인트다. 국내 항공업계와 학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적인 정비역량을 갖춘 대한항공의 MRO사업부가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등의 정비를 맡아 매출을 확대하는 방향이 옳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기내식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이 2018년 기내식대란을 빚을 당시 대한항공의 기내식을 공급받는 방안이 일부 논의됐으나 불발된 전력이 있다. 당시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과 박삼구 회장 측의 비효율적인 기내식사업 전략을 비판하는 동시에, 기내식을 포함한 국내 항공 후방산업의 합병과 제휴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업계의 구상은 현실화되지 못해왔다. 이는 무엇보다 국내 양대 항공사로 꼽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쟁관계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서로 정비와 기내식을 합쳤다면 충분한 집적이익과 높은 수익을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정비와 기내식사업 역량을 구축했지만 일부 위탁정비를 제외하면 투자된 설비를 다용도로 활용할 방안을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등의 경우는 해외에 중정비를 위탁하는 실정이라 과잉정비 등 따른 비용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업 후방산업 구조조정 찬스”…합병·JV 이용시 수익성 증대 가능

이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진행되고 국책은행의 대한항공 영구채 투자가 단행되는 현재가 항공산업과 관련된 정비와 기내식 등 후방산업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채권단 입장에선 근래 들어 항공사에게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PEF건 SI건 매각대상을 찾는대로 국내 항공업 후방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움직임 역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실제 대한항공의 사업부에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 대부분은 매출확대를 통한 밸류업을 계획할 가능성이 높다. 단일 항공사의 항공권 판매실적에 좌우되는 마일리지사업과는 달리 기내식사업과 MRO사업의 경우 다른 고객을 추가로 유치해 매출을 올리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MRO사업부가 미군의 항공기 정비를 담당하는 것과 비슷하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정비를 위탁받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국내 항공사 정비분야와 기내식 사업들을 대규모 합병하거나 조인트벤처(JV) 형태로 묶어내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를 통해 고정비용을 낮추고 원가를 절감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각 항공사 별 동맹체가 달라 제휴가 어려운 마일리지사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물론 항공업 후방산업 구조조정의 관건은 국책은행들이 이해관계가 다른 각 항공사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각 항공사의 이해관계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책은행은 물론 정부 역시 비효율적인 항공업 후방산업에 대한 명확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는데 정부에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은 상당히 아쉬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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