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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체불임금' 해결, 되레 제주항공엔 부담?이스타, 대주주 희생 명분 확보…딜 무산시 제주항공 책임론 불가피

유수진 기자공개 2020-07-01 08:38:5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9일 18: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의 이스타항공 보유지분 전량을 회사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스타항공 매각대금으로 임직원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 딜 진행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임금문제를 놓고 이스타 측과 책임공방을 벌여오던 제주항공은 인수부담을 덜게 됐다.

하지만 정작 제주항공은 표정이 밝지 않다. 체불임금 문제가 워낙 이슈화 됐던 탓에 마치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모두 완수된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망설이는 원인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위기의식이고,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스타 측에서 사실상 책임을 떠넘기며 이번 딜에서 발을 빼기가 어려워졌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오른쪽)와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가 29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9일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을 통해 "제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 전량을 모두 회사(이스타항공)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식매매계약서(SPA)상 거래종결일인 이날까지도 제주항공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대주주 차원에서 최종 결단을 내린 것이다.

현재 이스타홀딩스 지분은 이 의원의 딸(33.3%)과 아들(66.7%)이 100% 전량을 갖고 있다.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주식은 385만1000주(39.6%)다. 금액으로는 약 410억원 어치로 추정된다. 이 의원이 전날 밤 늦게 결정을 하면서 아직 구체적인 환원 방식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제주항공이 기존 조건대로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매각가격 545억원 중 410억원이 대주주 일가가 아닌 이스타항공으로 유입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홀딩스 외 2인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주식 497만1000주(51.17%)를 545억원에 넘겨받는 구조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구주 거래대금 중 이스타항공에 유입되는 금액은 0원이다. 하지만 대주주의 결단으로 135억원을 제외한 410억원이 이스타항공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제주항공으로서는 인수 후 이스타항공의 재무개선 및 경영정상화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는 "M&A가 진행돼 매각대금이 나오면 직원들의 체불임금부터 해결하겠다는 게 경영진의 뜻"이라며 "지분 가치가 410억원이기 때문에 임금문제(250억원)를 해결하고도 회사에 남는 돈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체불임금 해소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었을 때에 한한다. 제주항공으로부터 받은 매각대금으로 임금을 지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스타 측이 M&A에 대한 책임을 제주항공으로 넘긴 셈이다. 이스타항공은 대주주가 희생했다는 명분을 만든 반면 제주항공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만약 딜이 무산되면 제주항공 책임론이 고개를 들 수 밖에 없다. 여전히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제주항공은 입장이 난감해졌다.

제주항공 책임론은 벌써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철우 이스타항공 근로자 대표는 이날 "대주주의 헌납 결정에 대해 감사한다. 회사의 영속과 발전을 위한 고심 끝의 결정"이라며 "이제는 제주항공이 응답할 차례다. 제주항공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딜 클로징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역시 "일차적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만 제주항공 역시 자유롭지 않다"며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항공업황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며 애경그룹 최고경영층의 인수 의지가 한풀 꺾인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사실상 딜 진행을 늦추기 위한 수단으로 체불임금 문제를 활용해 왔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이들이 SPA를 체결한 3월엔 이미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이 시작됐을 때였다. 이를 근거로 이스타 측은 제주항공이 임금문제를 해결하기로 해놓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 측의 기자회견으로 행여 불똥이 튈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선행조건이 아직 이행되지 않아 거래종결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마치 제주항공이 의도적으로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오해를 사게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계약서상 선행조건으로 들어가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스타 측에 계속 이 부분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일단 이스타항공의 의중을 파악한 후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기자회견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아 몰랐다"며 "큰 흐름은 알겠는데 어떻게,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건지가 다 모호해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으며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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