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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사기 구제 기금'이 필요한 이유 [thebell note]

김수정 기자공개 2020-11-06 08:12:33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4일 07:5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귀속된다. 투자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의 손실 보상 요구를 탐탁치 않게 보는 시선의 기저에는 이 원칙이 깔려 있다.

하지만 조사가 진전될수록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원칙을 적용하기가 난감해졌다. 부실이 아닌 사기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라임·옵티머스 건에도 '본인 책임' 잣대를 들이댄다면 '사기는 당한 사람 책임'이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도 있다.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숨어버린 판에서 금융당국과 판매사 간 책임공방이 길어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양측 다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상 불가' 입장을 취하기엔 피해 규모가 너무 크다. 각 펀드 환매 중단 규모는 총 2억원을 웃돈다. 판매사 취재를 이어가며 이런 '답 없는' 상황을 새 국면으로 이끌 대안이 있을까 생각하던 중 최근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언급했던 '금융소비자 보호 기금'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금융사의 위법행위로 피해를 본 투자자를 구제하는 자금이다. 위법행위를 한 금융사로부터 거둔 과징금과 부당이익환수금, 금융권 기업과 유관기관의 출자금 등을 모아 금융소비자 피해 보상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2년 대선에서 제시한 공약 중 하나다. 이후에도 이따금 거론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졌다.

이 기금에 대해 최근 업계 의견을 취합해 보니 방향이 엇갈렸다. 찬성 혹은 중립 의견은 소수였다. 대다수 성실한 헤지펀드 운용사나 최근 사모펀드 사태와 동떨어져 있는 판매사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장경제 질서에 맞지 않는다거나 도덕적 해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도와 시스템 정비, 금융·투자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 등 보다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근본적 조치가 요구된다는 점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금의 부작용에 대해선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제2, 제3의 라임, 옵티머스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한 금융소비자 보호 기금은 분명 설 자리가 있어 보인다.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에서처럼 사기를 당했지만 해당 회사의 파산, 도피 등을 이유로 직접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투자자를 구제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선의의 피해자일지 모르는 판매사가 사실상 책임 독박을 강요받고 있는 현재 상황보단 기금이 동원되는 게 훨씬 좋은 그림 같다. 무리해서 판매사에 책임을 지우느니 기금을 활용하는 게 도의적으로나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도 금융사의 횡령, 배임,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규제·시스템 정비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도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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