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투자자 '허들' 높여라"⑭규제완화로 일반 개인투자자 난립…소득·재산규제 등 해외기준 벤치마킹 필요
허인혜 기자공개 2020-11-23 07:42:48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8일 16:0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이 5분의 1로 낮아지며 '자산가를 위한 투자상품'이라는 당초 목표가 퇴색됐다. 가입허들이 낮아지면서 전문투자자와 자산가에 더해 일반투자자들의 참여가 급증했다. 전재산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들까지 생겼다.때문에 사모펀드를 다시 자산가를 위한 투자상품으로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소득수준·재산을 따져 사모펀드 투자 자격을 줘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투자자와 자본가 등 당초 사모펀드의 타깃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도 최소투자금을 높이고 전문투자자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최소투자금 높여야…소득·재산으로 투자자 선별 주장도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의 공통점은 일반투자자 참여로 판매고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옵티머스운용 펀드는 NH투자증권을 포함해 다수의 증권사 창구를 통해 시리즈펀드로 판매됐다. 2018년 4월부터 복수의 증권사에서 한 주에 200억원 이상이 리테일로 풀려 500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라임운용 펀드는 시중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서 팔렸다. 분쟁조정 대상자 모두가 일반투자자 고객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팔린 파생결합상품(DLF)도 1억원대를 투자한 일반투자자의 비중이 65.8%였다.
일반투자자의 참여도가 급증한 배경은 2015년 이뤄진 사모펀드 규제 완화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서 1억원으로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주택담보 등으로 자산을 끌어모아 전재산을 투자하는 일반투자자가 횡행하게 됐다. 이른바 '영끌' 투자자가 늘어난 만큼 환매중단에 따른 영향력이 대폭 늘어난 셈이다.

사모펀드의 허들을 높여 당초 취지와 타깃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를 자본가들을 위한 투자상품이자 벤처를 위한 마중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장 빠른 대안으로 최소투자금 상향이 거론된다. 현행 최소투자금을 1억원에서 최소 3~5배로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최소투자금을 없애고 소득수준이나 재산 등을 토대로 개인투자자를 선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개인 일반투자자를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1억원)으로 선별하지만 해외에서는 소득과 재산을 토대로 가름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 규정으로 △연소득 최근 2년간 20만달러(약2억4000만원) △부부합산 연소득이 30만달러(약 3억6000만원) △배우자와의 공동 순자산이 100만달러(약11억 5000만원) 초과 등을 명시했다. 8월 공인투자자 요건을 개정하며 재산 기준은 유지한 채 법대 학위나 MBA학위, CFA자격증 등 전문요건도 추가했다.
◇금융당국, 최소투자금 1억원→3억원 상향 목표…시행은 '요원'
금융당국도 이같은 지적에 공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최소투자금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은성수 위원장은 최소투자금 상향 조항을 포함한 사모펀드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은행에서의 판매와 최소투자금 1억원 규정을 가장 고민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최소투자금 인하에 의한 정책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최소투자금 상향조정 시행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늦어도 8월께 시행될 전망이었지만 현재까지도 시행령 개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자산운용업계는 빠른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투자금액 상향이 확정돼야 새 규제에 맞춘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A자산운용사 대표는 "아직 사모펀드 투자금액 상향이 시행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신규 펀드설정이 어렵고 되더라도 판매사 내부적으로 수익자를 가려 받는 상황이라 이미 시행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판매사가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오히려 운용사로서 상품 설정이 애매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자체적으로 개인일임이나 패밀리오피스 영업으로 가입자격을 강화하고 있다. 신규펀드 설정이 막힌 상황에서 아예 고액자산가 위주의 영업으로 흐름을 바꾼 셈이다. 리테일 고객확보에 주력하던 브레인자산운용은 최근 기존 거래 고객 투자금과 주주사, 회사의 고유자금 등을 펀드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운용방식을 수정했다. 그로쓰힐자산운용은 올해 하반기부터 개인일임 영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개인일임 포트폴리오는 자사 패밀리오피스 펀드에서 따왔다. 패밀리오피스 펀드가 집중형 개인일임 포트폴리오와 유사한 스킴을 활용한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일임과 패밀리오피스는 사모펀드 위축기에 차선책"이라며 "해외처럼 '싱글 패밀리오피스', '개인 전문투자자' 등의 라이선스를 따로 부여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운용규제를 대폭 낮춘 사모펀드다운 시장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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