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9부 능선 넘은 산은? 항공업 구조조정 '이제 시작'대한항공도 부실, 건전성 확보 쉽지 않아…잇단 추가자금 지원 불가피 전망
고설봉 기자공개 2020-12-03 07:46:5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2일 08: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의 항공업 빅딜이 9부 능선을 넘었다. 8000억원 규모 한진칼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해 초부터 2년여간 끌어온 산은의 아시아나항공 매각(M&A) 절차가 곧 끝날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이번 빅딜로 인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에서 장기간 빠져나올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대한항공과 한진그룹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앞으로 수년 동안 계속해 끌고 가야 하게 된 셈이다.
특히 산은 구조조정실은 향후 몇 년 동안 항공산업을 관리하며 추가 자금지원을 지속해 도맡아야 하는 조직이 됐다는 평가다.
법원은 지난 1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 등 8곳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2일 한진칼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실시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산은→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자금 조달 구조는 첫 단추를 꿸 수 있게 됐다. 우선 이날 산은은 5000억원 유상증자 금액을 납입하고 오는 3일 한진칼 교환사채도 3000억원 규모로 청약한다.
한진칼은 이렇게 산은에게 지원받은 8000억원 가운데 7300억원을 내년 3월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 가운데 1조8000억원(신주 1조5000억원, 영구채 3000억원)을 들여 내년 6월 아시아나항공 지분과 영구채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번 빅딜을 통해 산은은 2년여간 해답을 찾지 못했던 난제를 풀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매각 후 산은 구조조정실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해 항공업 구조조정이란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적 대형항공사(FSC) 모두에 대한 전방위 지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거래 상대방이었던 HDC현대산업개발, 혹은 또 다른 대기업에 매각이 이뤄졌더라면 갖지 않았을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산은은 현재 대한항공은 기업금융실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조정실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정상기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한항공도 정상기업으로 보기 어렵고, 또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완료되면 부실을 함께 안고 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산은이 대한항공까지 구조조정실에서 관리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대한항공은 올해 이미 1조2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산은으로부터 차입했다. 송현동 부지, 기내식·기내판매, KAL리무진 등 전방위 사업 매각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도 사실상 구조조정 기업과 다름 없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까지 떠안게 된 상황이다.
산은이 이번 빅딜을 통해 효율화를 노릴 수 있는 영역도 한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운항·정비·기내식 등 영업활동에서 일부 비용감축이 이뤄질 수는 있다. 반면 재무구조를 단숨에 좋게 할 방법은 당장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한항공의 연결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올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692.9%를 기록 중이다. 과도한 차입금에 따른 여파다. 총차입금 16조2027억원, 순차입금은 14조4274억원을 기록 중이다. 순차입금비율은 439.65%로 이자비용 부담이 높다. 또 단기차입금비율은 32.95%로 1년 이내 상환해야할 차입금 규모가 크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완료되면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는 더 약화될 전망이다. 9월 말 연결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2308.71%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악화로 결손금이 1조4736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8조8852억원, 순차입금은 8조2613억원이다. 단기차입금비율은 43.85%, 순차입금비율은 1485.59%다.
향후 진행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잇단 유상증자를 거쳐도 양사의 재무구조는 큰 폭의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이 중 1조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다시 지원한다. 올 9월말 기준 양사 총차입금 단순 합계만 25조879억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당장 운전자본 운용도 빠듯한 상황에서 2조5000억원이란 자금으로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산은이 이번 빅딜을 추진하면서 외쳤던 ‘두 곳의 대형항공사(FSC)를 각각 지원하는 것 보다 합쳐서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주장이 무색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빅딜은 아시아나항공 위기를 불러온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근본 해결책 없이 합병을 통한 비용효율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양사를 합병하려고 하는 목적은 비용효율화를 중심에 둔 항공업 구조조정인데,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 재무구조”라며 “당장 2조5000억원을 수혈해 양사를 합쳐도 재무구조가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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