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16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지난 주말(11일) 라이트론 임원으로부터 부고 문자를 받았다. 3월 공동 대표이사에 취임한 신종환 사장이 별세했다는 내용이었다. 7월 취재를 위해 대전 본사를 방문했을 때 동선을 안내하며 회사의 재정비를 설명했던 고인의 모습이 떠올라 잠시 숙연해졌다. 빈소를 찾아 분향을 하며 명복을 빌었다.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있을까마는 라이트론 임원이 '비탄'을 섞어 부고를 전한 데는 이유가 있다. 라이트론은 2019년 3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주권매매 거래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개선기간을 부여 받아 전사적인 리노베이션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30개월 만에 주권매매거래 재개(상장유지) 통지를 받았다. 고인은 전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바랐던 낭보를 나흘 앞두고 유명을 달리했다.
라이트론은 거래소발 소식을 전하며 "모든 임직원과 주주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한번 안타깝다는 뜻도 전했다. 소천은 하늘의 부름이지만 낭보를 듣고 영면에 들었으면 고인의 마음도 한결 편했으리라는 의미다.
각고(刻苦)는 '뼈를 깎는 고통'을 의미한다. 흔히 쓰는 '뼈를 갈아 넣는다'는 표현은 여기서 유래한다. 고인의 임기는 6개월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는 생의 마지막 각고를 라이트론에 쏟아 부은 셈이다. 한국통신(KT), SK텔레콤, SK텔레시스 등을 거친 통신분야의 권위자는 '라이트론인'으로 죽었다. 그리고 마침내 라이트론은 결실을 맺었다.
이제 과제는 남은 자들의 몫이다. 간 자에 대한 안타까움은 여전하지만 남은 자들의 얼굴은 밝다. 라이트론이 개선기간 동안 걸어온 길은 더욱 견고해졌고 기다리고 있는 여정 역시 전망이 밝다. 지난 1년반 동안 박찬희 대표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사업을 재정비해 올 반기 흑자전환(매출액 248억원, 영업익 21억원)에 성공했다. 글로벌 영업 역시 정진수 사장(전 삼성전자 전무)을 중심으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라이트론은 최근 업계 경쟁사인 오이솔루션과 25Gbps급 가변 파장 트랜시버 개발과 관련 기술공유, 판로개척에 뜻을 함께 했다. 선의의 경쟁은 지속하되 특허 공동출원 등 기술력을 공유하는 '동맹'을 맺은 격이다. 시판에 성공하면 양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단번에 체급을 키울 수 있다. 더불어 고부가가치 100Gbps 급 광대역 제품 개발에도 나섰다. 다소 지연되고 있는 5G 전방투자의 물꼬가 트이면 수요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남에는 반드시 이별이 있고 떠남이 있으면 돌아옴도 있다. 고인은 떠났지만 그가 짧은 시간 라이트론에 쏟아 부은 노력은 반드시 결과치로 돌아올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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