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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 변천사]'제조업 탈피' 현대차그룹, 기업문화도 바뀐다모빌리티 솔루션 이미지 어필…보수적·순혈주의와도 결별 의지

김서영 기자공개 2022-06-07 09:40:26

[편집자주]

시대가 달라지면 기업가정신도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기업과 사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것. 이것이 바로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한 이유다. 더벨은 신기업가정신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은 대기업의 기업가정신을 살펴보고 미래에 한국 재계가 걸어갈 길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2일 15: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문화는 기업가정신에 좌우된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각지에서 완성차를 대량생산하는 만큼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문화가 짙게 배어 있었다. 관료주의, 순혈주의 등 보수적인 부분도 적지 않다.

정 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최우선 경영 철학인 '품질경영'에 맞춰 그룹을 꾸려왔다. 이 과정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직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 공채문화는 순혈주의를 낳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은 올해로 회장 취임 3년 차를 맞았다.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올라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간 지는 올해로 5년 차다. 정 회장이 그룹 경영 운전대를 잡고 난 이후 기존 회사 문화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제조업에서 탈피해 '모빌리티 솔루션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경영 철학이 새로운 기업가정신으로 자리잡으며 생긴 변화다.
(현대자동차그룹 타운홀미팅(2021.03.16.) 정의선 회장, 사진: 현대자동차)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먼저 인력 구성부터 바꿨다. 2019년 현대차그룹은 정기 공채 제도를 공식 폐지했다. 그간 1년에 두 번씩 정기 채용 제도를 운영해왔다. 전통을 깨고 국내 10대 그룹 중 최초로 공채를 폐지, 수시 채용으로 기조를 바꿨다. 또 수평적 직급 체계를 도입했다. 기존 사원에서 부장까지 5단계 직급 체계를 △매니저 △책임 매니저 2단계로 축소했다. 임원 직급 체계도 상무, 전무로 줄였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공채 폐지와 인재 영입은 그간 굳어져 있던 순혈주의 조직 문화를 타파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외국인 임원 영입이 주목받았다.

알버트 비어만 전 현대차 사장은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첫 외국인 연구개발(R&D) 총괄이 됐다. 현대자동차 고성능 시리즈 'N' 모델 개발을 진두지휘한 그는 지난해 말 퇴임해 고문 자리를 맡았다. 현대차그룹의 경쟁사인 닛산의 호세 무뇨스 최고성과책임자(CPO)를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현대차 이사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 혁신 방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타운홀미팅(town hall meeting)이다. 지금까지 선대 회장들은 회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모습을 자주 드러내진 않았다. 특히 회장의 일방적인 메시지 발표가 아닌 직원과의 양방향 소통은 드문 일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10월부터 매년 직원과의 타운홀미팅을 개최하고 있다. 타운홀미팅은 그룹의 미래 계획, 조직 문화 등에 대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회사의 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다. 그룹 총수가 생중계를 통해 임직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등 얼굴을 맞대고 직접 소통하는 건 전에 없던 변화다.

정 회장은 지난해 타운홀미팅에서 "인재가 많이 들어오고, 또 회사 내부에도 인재들을 많이 발굴해야 한다"며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잘 드러나지 않는 인재들에게 보상하고, 성과에 대해 칭찬을 하고 승진으로 연결을 시키면 좋은 인재들이 회사로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인재 경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이미 기업문화를 유연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수석부회장으로서 처음 주재한 시무식에서 정 회장은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새로운 시도로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기자"라고 역설한 바 있다.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기업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룹의 역량을 한데 모아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는 지난달 24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발표한 '신기업가정신'과 맞닿아 있다.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발제를 맡았다.

대한상의는 신기업가정신의 실천명제 가운데 하나로 기업문화 혁신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신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적 가치(일자리 창출) △윤리적 가치 △선진적 기업문화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함께 선진경영 등 5가지 실천명제를 이행하자고 밝혔다. 참석 기업들의 동참과 협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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