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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달라졌나]쇄신안 그 후 1년, 절반도 안 지켜진 약속①땅투기 사태에 개혁 예고, 대선 맞물려 '지지부진'…새 정부서 달라진 방향

성상우 기자공개 2022-06-17 08:06:03

[편집자주]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LH사태로 정부가 개혁안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LH의 혁신 노력과 결과물에는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바뀐 것도 있지만 못 바꾼 게 더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제부터라도 쇄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벨은 LH가 1년여 전 약속했던 쇄신안의 결과를 중간 점검해보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5일 14: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쇄신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3월 임직원들의 대규모 땅 투기가 발각된 'LH사태'가 터진 지 1년을 훌쩍 넘겼다. 사태가 터진 직후 LH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해체' 수준의 쇄신을 공언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조직 쇄신안은 이제야 반환점을 돈 상태다.

쇄신 계획 이행에 강한 추진력이 붙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다. LH가 공공과 민간을 넘나들며 주택시장 전반에서 갖는 고유 역할과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LH의 핵심 기능을 떼어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을 비롯해 조직 규모의 대폭 축소와 주거복지·주택·토지 부문을 분리하는 방안 등이 수립됐지만 이 중 일부만 실행됐다. 과도한 기능 축소가 이뤄질 경우 공공 주거복지 측면에서 주택 수요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LH 사옥

민간 개발업자가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둬가 논란이 된 대장동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부각된 '공공역할론'은 LH 조직·기능 축소 방향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덮어놓고 기능을 찢어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관련 법령에 따른 인력 운용 계획을 뒤엎으면서까지 단번에 수천명 인원을 감축할 수 없어 인력 규모 축소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사태 직후 의욕적으로 제시됐던 계획들은 세부 실행을 앞둔 단계에서 대부분 '재검토'됐다.

추진 시기가 정권 교체 국면과 맞물렸던 점도 쇄신안이 지속성을 갖지 못한 배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후보 시절부터 LH를 해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개혁하는 방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며 신중론을 펼쳤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LH 개혁에 대해선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 정권이 쇄신안을 밀어붙이지 못하는 건 공약으로 내세운 250만 가구 공급 방안 중 공공 주도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LH 개혁안을 수정없이 그대로 이행한다면 공공부문이 주도할 대규모 주택 공급 역량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개혁안 추진의 키를 쥐고 있는 여당(국민의힘)의 LH 쇄신 입장도 회의론에 가깝다.


그렇다면 전 정권에서 세운 쇄신안 중 이뤄진 부분은 무엇이고 또 미흡했던 점은 무엇일까. 우선 택지조사 권한과 안전영향 평가, 해외 투자 사업 등을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타 기관으로 신속하게 이관했다는 점이 꼽힌다. 이해상충 및 투기 근절을 위한 내부통제 장치도 일부 마련됐다. 혁신위원회와 ESG추진단 등을 설치해 내부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사업지구 내 임직원 토지에 대해서는 온전한 보상을 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고 투기행위자의 경우 상위직 승진을 배제하도록 하는 쇄신안도 이뤄졌다. 투기행위로 직위해제된 자의 보수는 50%까지 감액할 수 있도록 했고 LH 출신 법무사 및 감정평가사들은 퇴직 후 1~2년간 수임을 제한하도록 하는 등 모럴해저드 근절 방안도 구축했다.

반면 쇄신이 지연돼 아쉬움을 낳는 부분도 있다. 가장 아쉽다고 평가받는 건 조직개편이다. 사태가 벌어진 지 반년이 넘어서야 이뤄진 1차 조직개편에서 부서장들의 80%가 교체됐지만 단순 교체일 뿐이었다. 조직의 '실질'은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 지속해 따라 붙는다. 직원의 20%(2000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봤던 후속 개편이 대선 국면과 맞물려 흐지부지된 탓이다.

물론 쇄신을 외친 1년 남짓 기간 LH는 나름대로의 개선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다. 진행이 중간에 끊기면서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는 쇄신안도 있지만 개선이 이뤄진 부분도 상당히 있다.

이런 가운데 구체적인 방법론을 차치하고 LH가 바뀌어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치권을 비롯해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여전히 있다. 이번 정권에서 당장 확실해 해야할 부분은 LH란 조직을 바꾸는 방식이 개인의 일탈을 골라내는 데 집중하는 일부 제도 개편 형태로 가야 할 지, 아니면 조직 전체를 해체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수준의 대대적 개편을 선택해야 할 지 여부를 확정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 취임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LH 개혁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계획은 향후 방향성과 진행 여부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향후 추가 여론 수렴과 정치권 협의 등을 통해 새로운 쇄신안을 꺼내들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LH 쇄신이 아직 한참의 길을 더 강도높게 가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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