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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메리츠의 비밀]경영권 승계 'NO'...결론은 M&A?④승계 포기하니 최대주주-소액주주 이해관계 일치...포스트 조정호 시대는 '물음표'

최윤신 기자공개 2023-01-31 07:20:42

[편집자주]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례적인 메리츠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평가도 호불호가 갈린다. 메리츠의 혁신을 평가절하하는 경쟁 업체들도 물론 있다. 뛰어난 경영수완과 각종 성장 지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승계를 포기한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 승부수까지 띄웠다. 메리츠의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현안을 세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8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최근에 밝힌 지배구조 개편안은 금융계를 넘어 국내 경제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왔다.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진,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중복상장 구조를 철폐하고 단 하나의 상장사로 주주를 모은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정호 회장의 ‘경영권 승계 포기’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이런 개편이 가능하다는 게 경제계 전반의 평가다. 최대주주 지위를 대물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지배력 축소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소액주주와 이해관계가 일치될 수 있었다. 조 회장이 쏘아올린 공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기형적 지배구조에 경종을 울릴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아직 메리츠그룹이 한국 기업 지배구조사의 선한 영향력을 일으키는 메기가 될 것이라고 확언하긴 어렵다.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는다는 방향성은 보여줬지만 그 이후의 모습을 그리긴 아직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 명료한 지배구조개편...지배력 유지 '몸 부림' 흔적 없다

지난달 발표된 메리츠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파격적이지만 단순했다. 골자는 메리츠금융지주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 주력 사업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품는 것이다. 증시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자발적 상장폐지가 두 건이나 일어나는 큰 변화다.

변화의 폭은 크지만 방법은 명료하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일정 비율의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으로 바꿔주면 절차가 완료된다. 복잡한 계산을 요하는 다른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과 다르게 단순명료할 수 있었던 건 최대주주의 지배력 훼손을 막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75.9%를 보유하고 있는 조 회장의 지분율은 주식교환 절차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로 인해 47%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지배구조 개편은 중복상장으로 인한 주주간 이해관계 상충을 없앤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기 때문에 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우려가 사라진다.


종전의 지배구조에선 메리츠지주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이 각각의 이해관계를 가졌다. 금융지주의 이득을 위한 의사결정이 메리츠화재나 메리츠증권 등 개별 회사의 이익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예컨대, 지주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메리츠화재의 기회비용이 수반되는 결정이 내려지면 메리츠화재의 다른 주주에겐 피해를 야기하게 된다. 자본의 이동 등 손익을 직접적으로 따질 수 있는 의사결정의 경우 법과 내부 규정에 의해 관리가 되지만 관리에 구멍은 생길 수밖에 없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지주사와 자회사가 중복상장 된 상황에선 자회사의 능력 있는 임직원을 지주사로 불러들이는 의사결정도 엄밀히 따져보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지주사의 모든 의사결정이 관리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는 구조를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바뀌는 지배구조에선 메리츠증권이 진행하는 사업을 통째로 메리츠화재로 넘긴다고 해도 이해가 상충될 우려가 없다. 회사의 이득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이는 곧 전체 주주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 20% 화재 지분으로 70% 지배력 가진 조정호 회장 "반복은 없다"

이런 지배구조가 바람직 하단 걸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그간 국내 기업집단은 이를 행하지 못했다. 단순한 지배구조로는 최대주주가 대를 이어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끊임없는 분할과 중복상장은 대부분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거나 공고히 유지하며 자금을 유치하려는 ‘모순된 목표’에서 나타났다. 분할과 중복상장의 상당수가 경영권 지분 승계 과정에서 이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메리츠금융그룹도 과거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 안팎의 메리츠화재 지분율을 기반으로 계열분리 후 독립에 나선 조 회장도 회사를 쪼개고 중복상장시키는 방식으로 현재의 지배력을 확보했다.

2011년 3월 메리츠화재를 인적분할해 메리츠금융지주를 설립했고, 이후 주식 공개매수 절차를 통해 가진 메리츠화재 지분을 메리츠지주 주식으로 바꿨다. 일련의 결과로 중복 상장된 현재의 지배구조가 탄생했고, 조 회장은 70% 이상의 금융지주 지분율을 확보하며 공고한 경영권을 만들어낸 바 있다.

다만 조 회장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런 방식의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나섰다. 최대주주의 지분율 하락을 감수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수 있었던 데는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조 회장의 의지 표명이 선행됐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업계에선 바라본다.

실제 조 회장은 수 년 전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생각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계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최대주주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들어간다.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지분가치를 높이는 길이고, 최대주주의 부를 늘리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1958년생으로 환갑을 훌쩍 넘긴 조 회장의 연령을 고려할 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는다면 재산을 현금화해 증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게 유력하다. 하지만 조 회장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향후를 예측하긴 어렵다.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 후 조 회장이 갖는 47%의 지분율도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이 추진하는 개편 방향은 긍정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향임이 분명하다”면서도 “아직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가본 적이 없는 길이기 때문에 세대교체 시점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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