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의 정당계약률이 70% 선에서 마감됐다. 건설업계에선 이 정도면 대체로 선방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무순위 청약을 거치면 조만간 완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한해 부동산 시장 향방을 가늠할 지표처럼 여겨졌던 사업장에서 분양 성과를 냈는데 시장 반응은 여전히 시들한 편이다. 이번 일로 부동산 시장이 근시일내에 회복되리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도 거의 없다.
오히려 '미분양 위험은 이제부터'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신용평가사의 리포트 제목이기도 한 저 문구는 단순한 경고처럼 들리진 않는다. 준공까지 시간이 남은 선분양 물량은 둘째치더라도 당장 입주를 앞둔 후분양 물량은 우려가 크다.
둔촌주공에 묻혀서 부각되진 않았지만 연초 후분양 첫 사업지였던 '평촌 센텀퍼스트'(DL이앤씨, 코오롱글로벌)는 청약에서 극도로 저조한 성과를 냈다. 대우건설, GS건설도 연내 일부 물량의 후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선분양 지연 탓에 어쩔 수 없이 후분양 분위기로 흘러가는 사업장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후분양 제도는 공사비를 조합이 자체 마련해 공정률 60%를 넘긴 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수분양자가 직접 살 집을 눈으로 보고 결정하도록 해 투기와 부실시공을 막는 이점이 있다. 취지 자체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하지만 국내에서 후분양은 태생 자체가 잘못된 측면이 있다. 시장 호황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후분양을 택한 사업장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후분양 물건이 도래한다는 얘기는 선분양보다 높은 몸값의 물건이 쏟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상황은 건설사의 후분양 선택시점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분양가 책정에 걸림돌이 됐던 규제는 강남3구와 용산구를 빼면 모두 해제됐다. 높은 분양가를 제시해도 무방하지만 매수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편이다.
후분양을 경험해본 건설 실무자는 극소수다. 어쩔 수 없이 후분양 상황에 놓이지 않고서는 대부분 선분양 기조를 유지했다. 사업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치솟은 이자비용과 공사비를 처리할 노하우가 있는지 의문이다.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하는 방법 외에는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건설사의 초기 분양률에 대한 눈높이는 요즘 상당히 낮아졌다. 초기 40~50%만 달성해도 선방이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30%만 넘어도 다행이라고 보는 베테랑도 있다. 면피성 발언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금융위기 시절 준공 사업장 후분양 물량을 털어낸 경험이 있는 건설 실무자는 올해 내내 건설업계가 힘겨운 겨울나기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분양도 안되는데 후분양까지 쌓이면 당해낼 장사는 없다. 완판은커녕 장기 미분양 해소를 위해 마케팅 전략을 짜내야 할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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