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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M&A와 ESG: 트위터 사례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3-02-01 09:00:3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학계에서 1980년대 이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이론으로 ‘묵시적 약속’(implicit promise) 이론과 ‘팀 프로덕션’(team pro duction) 이론이 있다. 이 이론들은 M&A에서 경영자들이 종업원들을 필두로 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지켜주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M&A 후 결국 주주들의 이익이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M&A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받은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와의 관계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고 본다.

2022년 4월 14일 시작되었던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우여 곡절 끝에 2022년 10월 27일 마무리되었고 이제 미국 학계에서는 트위터 M&A를 ESG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가 나오고 있는데 하버드 법대 루시언 벱척 교수가 주도하는 이 연구들은 트위터 사례를 들어 종래의 팀 프로덕션 이론이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머스크가 등장하기 전 트위터 주가는 39.31 달러였다. 트위터 인수가격은 54.20 달러다. 38%의 프리미엄이 발생했다. 총액 114억 달러다. 머스크가 9.5%를 보유했기 때문에 머스크 제외 주주들은 103억 달러의 이익을 시현했다. 이들 중 4인이 트위터 최고경 영자 그룹이었고 보유 주식으로 7430만 달러를 벌었다. 이들 4인은 주주로서가 아니라 경영자로서도 퇴직금 등 명목으로 1억4100만 달러를 수령했다. 사외이사들도 총 9300만 달러를 수령했다.

이번 M&A 이전 트위터는 ‘tweep’라고 불리는 종업원들의 복지를 잘 챙기는 회사로 유명했다. 재택근무 확대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 문화는 M&A 협상이 개시되면서 실종됐다. 인수 1주 후 머스크는 회사 직원의 50%인 7500명을 해고했다. M&A 협상 단계에서 아무런 고용보장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3개월 치 보수를 주고 내보냈다. 법적 기준보다 50% 많기는 했다. 그러나 내보내는 방식이 가혹해서 각계의 비난을 받았다. 임신부, 출산 휴가 후 복귀한 여직원, 비자로 들어와 있는 외국인 종업원 등이 우선이었다. 성차별 소송도 따랐다.

근무 시간도 늘어났고 재택근무도 줄였다. 그 밖에 포용이나 다양성 등 ESG 관련 가치들도 모두 소홀히 다루어졌다. 트위터 경영진은 M&A거래 이후의 종업원 지위나 처우에 무관심했고 필요한 조건을 협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종업원 외 이해관계자들인 협력업체, 채권자, 지역사회, 환경 등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벱척 교수팀은 트위터 경영자들이 주주들의 이익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존에 천명했던 ESG 가치들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M&A 협상을 진행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종업원 이익을 희생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다고 본다. ESG를 포함한 회사의 이념적 목표나 가치관 천명은 한낮 장식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트위터 사례는 팀 프로덕션 이론이 타당하지 않다는 증거다.

이 연구 결과는 기업 경영자들이 이해관계자보다는 주주 이익을 배려할 구조적 인센티브를 보유한다는 시각을 뒷받침해 준다. 즉 경영자들이 ESG를 채택하고 실제로 그와 관련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높은 ESG 평가 등급을 받고는 있지만 정작 M&A거래에서는 이해관계자 배려를 실효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 의지와 무관한 구조적 한계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M&A 과정에 적절한 외부적 압력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결론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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