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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부동산 전담조직이 뛴다]시장 변화 발맞춰 '전문성' 확립, 위기대응 일선에①IMF·외환위기 발판삼아 퀀텀점프, 이제는 주력 조직으로 자리매김

전기룡 기자공개 2023-01-31 07:52:19

[편집자주]

대형 로펌 내 부동산 전담조직은 IMF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암울한 경기에 법률자문이 요구되는 대형 부동산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대규모 거래에 수반되는 부동산금융기법의 보편화가 곧 부동산 전담조직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최근 들어 성장기가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부동산 PF 냉각기란 새로운 위기가 시작되면서다. 대형 로펌들은 너도나도 부동산 관련 TFT를 꾸리는 추세다. 위기 속 성장을 지속해온 대형 로펌들의 부동산 전담조직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6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不動産)의 사전적 의미는 움직여서 옮길 수 없는 재산이다. 정적인 데다 범위도 토지나 건물에 국한돼 왔다. 기업들에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선시됐던 로펌 입장에서는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아도 되는 영역 중 하나였다.

그랬던 부동산 영역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로펌들에게 다른 기회의 땅이 됐다. 기업들이 구조조정 압박에 대규모 부동산들을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리츠와 같이 전문적인 자문이 필요한 부동산금융기법이 점차 보편화됐다.

달라진 시장 상황은 로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흔히 '김·광·태·세·율·화·바·지'라 불리는 8대 로펌을 비롯한 대형 법무법인들이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부동산 전담조직을 출범시켰다. 시작은 팀 단위였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부문이나 그룹 단위로 자리매김한 곳이 상당수다.

◇1990년대 말 본격 활동, 로펌 부동산 분야 정립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법무법인 광장·태평양·세종·율촌·화우·바른·지평 등 8대 로펌은 부동산 전담조직을 450여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해 꾸리고 있었다. 다만 조직별로 팀 단위부터 부문, 그룹 등 구성은 다양하게 돼 있다.

로펌들의 부동산팀이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이다. 초기에는 외국계 기업이 참여하는 에너지 민영화 사업을 주로 다뤘다. 성업공사(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내놓은 수조원대 부동산 매각 입찰에도 외국계 기업을 대리하고 자문료를 확보했다.

태평양이 대표적인 사례다. 태평양은 1999년 현대전자를 대리해 미국의 사이티사와의 이천 열병합 발전소 매각건을 성사시켰다. 당시 매각대금 규모가 2000억원에 달했던 만큼 자문료 수준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1985년 가장 이른 시점에 부동산팀을 만든 김앤장도 태평양과 같은 시기 현대전자와 사이티사간에 계약에서 사이티사를 대리했다. 서산 열병합 발전소와 관련해서는 미국 NRG사를 대신해 입찰에 참가한 이력이 있다. 입찰과 계약조건에 대한 자문부터 계약 체결, 각종 인허가 검토까지 전반적인 법률 서비스를 도맡았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로펌 내 부동산 전담조직의 위상은 다시 한 번 달라졌다. 구조조정 압박에 현대산업개발의 '스타타워'와 유진관광의 '서울파이낸스센터', 대우증권의 '여의도 본사 사옥' 등이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신흥 강자가 대거 등장했다.

세종과 율촌, 지평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산유동화 관련 자문 등을 담당했다. 건설사들의 국내외 각종 계약 및 분쟁부터 PF나 리츠까지 로펌의 부동산 분야가 정립된 것도 이 맘때다.

IMF에 이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법조계 내 부동산이 차지하는 위상은 다시 한 번 공고해졌다. 저금리 영향으로 뭉칫돈이 부동산에 몰렸다. 특히 100억~500억원대 중소형 부동산의 법률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다. 수요에 발맞춰 부동산 전문 법률사무소의 개소도 급격히 늘어났다.

◇조직 확대 후 전문팀 마련, 위기대응 TFT '주축'

시장의 변화 덕분에 로펌 내 부동산 전담조직은 퀀텀점프에 성공한다. 과거 팀 단위였지만 부문이나 그룹 형태로 확대됐다. 조직 확대 이후에는 업무를 세부화해 산하에 전문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부동산거래팀을 비롯해 부동산개발팀, 부동산금융팀, 재개발·재건축팀 등이 일반적인 형태다.

최근에는 부진한 업황을 맞아 위기대응 일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발발한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된 게 주효했다. 차환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3개월물이 보편화됐던 유동화증권(ABS)에서 보름이나 1개월과 같이 단기로 대출을 일으키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금리마저 치솟은 상황이다. 지난해 만하더라도 'A2+'등급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라면 5~7%대 금리가 부여됐지만 올해 초에는 최고 15%대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다시 완화되는 추세지만 유동화 시장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

대형 로펌들도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사, 투자자 등 고객들의 니즈에 발맞춰 부동산 전담조직을 필두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부동산 PF 시장 냉각기의 대응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자문하고 분쟁의 해결방안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였다. 8대 로펌이 출범시킨 TFT에 속한 인원만 375여명에 달한다.

화우는 대형 로펌들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기업위기대응팀'이라는 이름의 TFT를 선보였다. TFT를 통해 건설부동산그룹과 자문그룹, 금융그룹 간에 협업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달에만 부실 PF와 관련해 세미나를 두 차례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단계다.

규모면에서는 김앤장이 앞선다. 김앤장은 지난해 11월 부동산그룹과 금융팀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건설 △도산 △구조조정 △회계 △M&A 등 유관 팀의 전문가가 참여한 약 100여명 규모의 '부동산 PF 위기대응팀'을 구성했다.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펌 내 부동산 전담조직들은 IMF와 외환위기라는 두 번의 경제위기를 발판 삼아 도약한 전례가 있다. 앞선 사례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이번에도 부동산 PF 냉각기라는 위기가 도래했다. 이들의 위기를 기회삼아 다시 한 번 저변 확대에 성공할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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