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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레버리지 분석]삼표그룹 후계자 정대현 사장, ㈜삼표 지배력 높인 방법은그룹 내부거래로 키운 개인회사 활용, 직간접 지분 어느덧 30%

김위수 기자공개 2023-01-30 07:10:32

[편집자주]

3·4세 젊은 경영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잘 물려받는 법'에 대한 고민도 클 것으로 보인다. 투명경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지배회사 지분율 확대 혹은 상속·증여세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더벨은 주요 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어떤 자산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6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사진)은 그룹의 '뿌리'인 강원산업그룹이 외환위기로 쓰러졌을 때 계열사 중 하나였던 삼표산업을 기사회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워크아웃을 벗어났고, 현재는 시멘트를 중심으로 레미콘·골재·콘크리트 등의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집단으로 재탄생했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표의 연결 자산총계는 2021년 말 기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위기 속에서 삼표그룹을 재건한 정 회장은 아직 경영일선에 있다. 다만 1947년생으로 승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후계자는 정 회장의 자제 중 그룹경영에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정대현 사장이 확실시되고 있다.

◇계열사 에스피네이처 활용해 지분 30% 확보

삼표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비상장 계열사 ㈜삼표가 삼표시멘트 등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현재는 정 회장이 전체 주식의 65.9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 회장의 ㈜삼표 지분을 정 사장에게 넘기는 것이 승계의 핵심이다.

주목할 것은 2대주주가 삼표그룹의 계열사인 에스피네이처라는 점이다. 에스피네이처는 정 사장의 개인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 사장이 에스피네이처 지분의 71.95%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28.05%의 지분도 가족들에게 귀속돼있다.

에스피네이처가 보유한 ㈜삼표의 지분은 19.43%다. 정 사장의 ㈜삼표 지분율은 11.34%다. 사실상 정 사장이 30% 가량의 ㈜삼표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의 지분을 확보한 것은 2020년 중이다. 당시 ㈜삼표는 유상증자를 통해 109만2000주를 신규 발행했다. 에스피네이처는 600억원을 투입해 신주를 전량 확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유상증자로 정 회장의 지분율이 81.9%에서 65.99%로 줄어들었지만 정 사장의 지배 하에 있는 지분은 14.08%에서 30%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됐다.

◇알짜 자회사 흡수해 사세 확장, 승계를 위한 준비?

에스피네이처는 철저하게 삼표그룹의 승계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계열사로 보인다. 삼표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며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를 지배회사 지분 확대에 썼다는 점에서 그렇다. 승계작업을 진행 중인 기업집단에서 흔히 택하는 형태다.

에스피네이처의 전신은 정 회장의 개인회사였던 대원이다. 2007년경 정 회장이 아들인 정 사장과 두 딸에게 지분을 넘겼다. 정 사장이 80%에 육박하는 지분을 받아 지배적 주주가 됐다.

대원은 물류 계열사인 삼표로지스틱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당시 삼표로지스틱스는 그룹의 물류 일감을 전담하며 덩치를 키운 뒤 2013년 중 대원으로 흡수합병됐다. 같은해 대원은 대원과 신대원으로 인적분할됐고, 이중 대원은 ㈜삼표에 흡수됐다. 대원을 흡수시키는 과정에서 대주주인 정 사장이 현물출자를 통해 ㈜삼표의 지분을 쥐게 된 점도 주목할만 하다.

골재 제조와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삼았던 신대원은 자회사로 삼표기초소재를 두고 있었다. 2014년 기준 신대원의 삼표기초소재 지분율은 94.33%였다. 삼표기초소재 역시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한 뒤 2017년 신대원에 흡수됐다. 직후 신대원은 사명을 삼표기초소재로 변경했고, 2018년에는 정 사장의 개인회사인 남동레미콘을 흡수했다. 이밖에도 알엠씨·당진철도·경한·네비엔·네비엔알이씨·당진에이치이 등의 계열사들에 대한 흡수도 이어졌다.

신대원에서 에스피네이처로 사명이 변경된 것은 2019년이다. 이후 계열사에 대한 흡수합병이 끝난 후 2020년 분체사업부문, 영천사업부문을 분할해 에스피에스엔에이, 에스피환경을 각각 설립하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즉 에스피네이처는 삼표그룹 내부거래로 키운 계열사를 흡수하는 방식을 반복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3세승계를 원활하게 진행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 사장으로서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삼표의 지분율을 늘릴 수 있었다.

◇다양한 선택지 쥔 정대현 사장

당초 관련업계에서는 정 사장(사진)이 ㈜삼표의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에스피네이처를 ㈜삼표를 합병할 것으로 예측했다. 합병과정에서 정 사장이 에스피네이처의 지분을 현물출자하면 ㈜삼표 주식을 추가로 쥘 수 있다.

최근에는 정 사장이 ㈜삼표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스피네이처를 통해 정 회장이 보유한 ㈜삼표 지분을 매입하거나 종전과 같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정 사장이 사재를 활용해 직접 ㈜삼표의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2021년 120억원을 배당했는데 배당성향이 117.12%에 달했다. 직전해인 2020년 총배당금은 125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135.62%였다.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에 투입해온 것이다. 정 사장은 배당을 통해 꾸준히 현금을 쌓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활용해 정도원 회장 주식을 매입하거나 증여를 받은 후 세금을 납부하는 등의 선택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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