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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3위 현대차의 힘]고군분투 글로벌시장 공략기①4대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빼고 선전...점유율 미국 10.6% 유럽 9.4%

조은아 기자공개 2023-02-06 07:39:54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1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6년 1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엑셀 1050대가 울산항에 정박된 '올리브에이스호'에 선적됐다. 한달 뒤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에 도착한 엑셀은 빠르게 미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한참 앞서 1977년 그리스에 포니 300대가 도착했다. 각각 미국시장, 유럽시장의 공략의 시작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사상 첫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현대차와 기아를 더해 지난해 684만대를 판매했다. 1위는 토요타, 2위는 폭스바겐이다. 2010년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5위에 오른 지 12년 만, 2021년 GM을 제치고 4위에 오른 지 1년 만의 성과다.

중국에서의 부진에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두 곳 모두 처음 진출했을 때만 해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지만 수십 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안착에 성공했다. 지난해 미국 점유율은 10.6%, 유럽 점유율은 9.4%다. 내로라하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시장에서 10대 중 한 대는 현대차 혹은 기아라는 얘기다.

◇'반짝' 엑셀 신화 이후 '10년 10만마일리지 승부수'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모두 147만 4224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1% 줄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현대차가 미국에 진출한 건 1986년이다. 당시 엑셀로 첫 해에만 16만대를 넘게 팔며 시장을 놀라게했다.

그러나 신화는 3년뿐이었다. 1989년에 추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까지는 판대량이 10만대 안팎에 그쳤다. 1998년은 9만대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판매량이 줄면서 딜러들도 떨어져나가고 이미지도 점차 악화됐다. 당시 미주법인은 물론 본사에서도 미국시장의 포기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절치부심한 현대차는 1998년 말 '10년 10만마일 보증'이라는 승부수를 던진다. 당시는 2년 2만4000마일 보증이 일반적이던 때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초창기 보증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품질 경쟁력도 높이면서 추가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았다. 현대차의 미국 내 이미지 역시 단순히 싼 차에서 가성비 좋은 차, 그냥 좋은 차로 서서히 바뀌어갔다.

1998년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로 취임한 해이기도 하다. 정 명예회장은 "품질은 제품의 근본적인 경쟁력인 동시에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며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년 전인 2003년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40만대, 점유율은 2.5%였다. 당시 도요타의 미국 판매량이 140만대, 점유율은 10%였다. 당시만 해도 높게만 보였던 수치지만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 점유율과 일치한다.


◇콧대높은 유럽시장, 현지화로 뚫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에서는 106만989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4.2% 증가한 수치다. 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9.4%를 기록했다. 순위는 전년과 같은 4위를 유지했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다수의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은 특히 까다로운 자동차시장으로 꼽힌다. 미국의 GM과 포드, 일본의 토요타,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호령하는 브랜드 역시 유독 유럽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점유율 상위권 회사만 봐도 알 수 있다. 폭스바겐, 아우디 등을 보유한 폭스바겐그룹이 24.7%로 점유율 1위, 푸조, 시트로엥 등이 있는 스텔란티스가 18.2%로 2위다.

현대차는 1977년 그리스에 포니 300대를 수출하며 유럽에 진출했다. 이후 기아는 1995년, 현대차는 2000년에 각각 유럽총괄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08년 50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10년 만인 2018년에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했다.

미국에서 '10년, 10만마일 보증’을 내세웠던 현대차그룹은 유럽에서도 ‘최대 8년 보증’의 승부수로 시장에 안착했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5년의 보증 기간을 제공한다. 아이오닉과 코나EV는 보증 기간이 8년이다. 기아는 모든 모델을 7년간 보증한다. 다른 브랜드는 보통 2~3년만 보증한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유럽에서 이뤄진다. 독일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유럽기술연구소가 신차를 개발하고, 역시 뤼셀스하임에 있는 유럽디자인센터가 신차 디자인을 진두지휘한다. 생산은 체코(현대차), 튀르키예(현대차), 슬로바키아(기아) 등 현지 공장이 맡는다.

일례로 유럽에서 판매되는 스포티지의 경우 다른 곳의 스포티지보다 전장이 짧다. 길이 좁은 탓에 큰 차보다 실용적인 차를 선호하는 유럽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을 판매량 3위에 올려놓은 공신 중 하나는 인도다. 인도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손으로 떠올랐다. 실제 인도는 중국, 미국, 유럽과 함께 4대 자동차시장으로도 꼽힌다.

현대차의 2023년 해외권역 목표치를 보면 현대차는 인도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해외시장으로 잡았다. 2023년 전체 판매 목표를 432만대로 설정했는데 미국 몫이 104만대로 가장 많고 두 번째가 인도로 작년 대비 7.2% 늘어난 59만5000대다.

주요 자동차시장 가운데 중국에서만큼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27만3000대, 기아는 13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한때 180만대에 달했던 중국시장 연간 판매량이 40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중국 점유율은 합쳐도 1.68%에 불과하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절치부심이 필요한 시점이란게 회사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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