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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블랙스톤과 블랙록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3-03-15 08:28:40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5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랙스톤(Blackstone)과 블랙록(BlackRock)은 따지고 보면 같은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언젠가 “거울아 거울아 자본시장에서 누가 더 세니?”라는 비유로 두 회사의 닮은꼴을 표현한 적이 있다.

대체투자, 자산운용에서 각각 글로벌 최고의 위치에 있는 두 회사가 이렇게 사실상 같은 이름을 쓰는 데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답은 “블랙록이 블랙스톤에서 독립해 나왔다”이다. 1994년의 일이다.

블랙록은 기관투자자들에게 리스크관리 차원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두고 래리 핑크 주도로 1988년 창립되었다. 공동 창립자들은 퍼스트보스턴 시절 MBS 시장을 같이 개척했던 동료들이었는데 9천만 달러 손실을 기록했던 팀이다. 과거의 경험이 리스크 관리에 기초한 출중한 자산운용사를 탄생시켰다.

블랙스톤은 핑크의 사업 구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자금을 지원했다. 새 사업부의 이름은 Blackstone Financial Management (BFM)로 붙여졌다. 블랙스톤은 BFM 지분의 50%를 보유하는 조건으로 자금과 금융을 지원했다. 핑크와 팀이 나머지 50%다. BFM의 사업은 몇 달 만에 자리가 잡히고 수익을 내기 시작했는데 1989년에 자산이 27억 달러가 되었고 블랙스톤 지분은 40%로 조정되었다. BFM은 순항을 계속, 1992년에 자산 170억 달러, 블랙스톤 지분은 35%가 된다.

자산이 530억 달러로 늘어났던 1994년에 블랙스톤과 블랙록은 성과보상과 지분을 놓고 충돌했다. 핑크는 새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지분을 나누어주고 싶어 했고 블랙스톤의 슈워츠만 회장은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다가 결국 결별하기로 한다. BFM은 이름을 바꾸어서 블랙록이 되었다.

여기서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점도 작용했을 법하다. 슈워츠만은 정장 스타일의 보수적인 투자자이고 핑크는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는 진보적인 관리자다. 그러나 펀드 운용전략은 반대다. 슈워츠만은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공격적인 대체투자자이고 핑크는 주식, 채권, 뮤추얼펀드 등 전통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보수적인 자산운용자다.

블랙록은 1999년에 기업을 공개했다. AUM은 1,650억 달러였다. 그 후 유기적 성장과 M&A를 거듭한 블랙록은 2009년에 글로벌 1위의 자산운용사가 된다. 2022년 기준 블랙록의 AUM은 8조6천억 달러다. 애플의 6.34%, 마이크로소프트의 6.77%, JP모건체이스의 4.41% 등 지분을 보유한다. 블랙스톤의 AUM은 약 1조 달러로 블랙록의 1/9 이다. 물론 두 회사는 사업 내용이 서로 달라 평면적인 비교는 의미가 크지 않다.

그러나 슈워츠만은 후일 블랙록을 처분한 결정을 ‘장렬한 실수’(heroic mistake)라고 불렀다. 생애 통산 최악의 경영판단이었다는 뜻이다. 불과 2억4천만 달러에 오늘날 93억 달러 가치가 된 사업부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생각은 사후적인 것이다. 사업은 분리되었을 때 새로운 동력과 조직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리더십과 멤버들의 동기부여, 활동 범위와 규칙이 달라진다. 블랙스톤 이 사업부를 분리해서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오늘날 블랙록 규모의 사업부가 탄생했을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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