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하는 STO 시장]소액공모 100억·조각투자 2000억 한계…성장 발목 잡을까②투자한도 도입시 유동성 공급 차질 우려
황원지 기자공개 2023-03-07 08:16:51
[편집자주]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몇 년간 시중 자금을 쓸어담았던 블록체인 시장에 기존 금융권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새 먹거리가 필요한 증권사들은 조각투자 플랫폼과 합종연횡에 나서면서 잇따라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롭게 구축될 STO 시장의 면면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큰증권(ST)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 규모는 23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증권형 토큰에 대한 규제 빗장이 풀리면서 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하지만 장밋빛 전망이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ST의 주요 통로로 이용될 소액공모 제도의 한계가 최대 100억원에 불과한데다 일반투자자의 투자금액 한도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비우량 딜 위주로 시장이 구성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투자자 투자한도 1000만원?... "유동성 공급 제한될 것"
현재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조각투자 플랫폼들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연간 투자금액 한도는 1000만~2000만원 사이다. 소득적격투자자로 인정받은 경우 4000만원까지 올라가고, 법인투자자는 수익증권 발행총액의 30% 이내까지 투자할 수 있다. 지난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뮤직카우의 일반투자자의 최대 투자한도가 1000만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조각투자에 이어 토큰증권에서도 개인 투자한도가 낮게 책정된다면 산업 성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서는 구체적인 투자 한도가 제시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에선 개인투자자의 경우 플랫폼 별 투자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고려했으나 실제 가이드라인에서는 빠졌다고 전해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개인투자자별로 한도를 1000만원 수준으로 제한할 경우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며 “시장에 진입할 개인 투자자가 줄면서 유동성 확보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국이 제한적으로 허용한 온라인투자금융업(온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직접 이어주는 P2P(Peer to Peer) 금융 서비스인 온투업은 지난 2020년 허용됐다. 온투업의 경우 P2P 총 투자한도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3000만원까지, 소득적격투자자의 경우 1억원까지 허용됐다. 온투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의 이익 상방이 제한돼 산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아직 금융위원회가 구체적인 투자한도를 제시하지 않은 만큼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혁신금융서비스인 조각투자플랫폼의 한도는 1000~2000만원 수준이지만, 온투업의 경우 상반기 중 5000만원까지 투자한도 확대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에서 온투업 활성화를 위해 일반투자자 투자한도를 3000만원에서 올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액공모 한도 100억원... ST발행업체 수익성 떨어질까 우려
소액공모 한도가 100억원으로 정해졌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토큰증권의 경우 모두 공모 발행을 전제한다고 밝혔다. 유통성이 높은 토큰증권의 특성상 공모 규제의 회피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때문에 소액공모 제도를 개편했다. 국내에서 토큰증권은 주로 조각투자의 방식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많은 딜을 모두 일반 공모로 진행하기엔 공시 등 부담이 크다. 소액공모는 투자자가 49인 이상인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규모가 작아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간단하게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위는 소액공모 한도를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상향하고, 또한 한도가 최대 100억원인 ‘소액공모 티어 2’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티어 2 제도의 경우 감사보고서 첨부, 인수인 및 주선인 의무화 등 투자자 보호장치가 도입된다. 토큰증권 시장이 열리면 상당수의 딜이 소액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리라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100억원의 한도도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박효진 세종텔레콤 부사장은 “사업규모가 최소 1000억원 이상은 돼야 시장 플레이어들이 움직인다”며 “최대 한도인 100억원짜리 딜을 만들더라도 조각투자 사업자는 연간 2000만원이 채 못 되는 수익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토큰증권 시장에 대해 초기 유동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반에 수익성이 검증돼야 사업자들이 들어오고, 시장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STO시장의 경우 열려 있지만 ICO(Initial Coin Offering)에 비해 규제가 많고 까다로워 활성화되지 못했다. tZero, Securitize와 같은 STO플랫폼들의 일평균 거래량은 각각 6만달러, 7000달러로 저조한 수준이다.
한 조각투자 플랫폼 임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당국의 조치는 필요하다”면서도 “딜 규모가 작아지면 기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비우량 상품들만 많아지게 될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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