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15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빌런은 원래 악당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용례를 살펴보면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통상적으로 가리키기도 한다.요즘 상업용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에게 빌런 출몰설을 자주 듣곤 한다. 장 좋을 때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되니 빌런들이 속속 나타나는 모양새다. '이해할 수 없는' 거래 철회가 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한 브로커가 기자에게 열변을 토했다. 자문사로 선정된 이후 1년 넘게 부동산 매각 딜에 성의를 다했다고 한다. 추후 빌딩을 채울 수 있는 우량한 임차인까지 유치했다.
하지만 최근 매도자 측이 별다른 이유 없이 거래를 최종 파투 냈다. 관계자는 "제시한 요구 조건에 맞는 원매자를 찾았고 거래 성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해당 딜에 매도자로 나선 디벨로퍼가 망쳐 놓은 거래가 한두 건이 아닌 상황이다. 어느 정도 협상을 마치고 계약금까지 입금한 뒤 돌연 가격을 더 깎아달라는 식으로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선매입, 선매각 거래 불발도 마찬가지다. 마스턴투자운용이 다수 물류센터 선매입을 마무리 짓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물려 있는 금융사와 기관이 수두룩한 셈이다.
최근 애경그룹 디벨로퍼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역시 오피스 부지 선매각 거래를 철회했다. 지난해 개발이 어려울 때 부랴부랴 시장에 내놨다가 PF 시장이 풀릴 기미가 보이자 마음을 바꿨다.
시장이 이들의 빌런 행위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다. 비즈니스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미우나 고우나 얼굴을 마주해야 할 일이 앞으로 더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 업계는 더 그렇다. 업계 한 임원의 말마따나 말단 사원들까지 다 합쳐도 업계 관계자가 1만명 정도 될까 말까다. 단 한 건의 거래를 무른 것 같지만 사실 한 건이 아닐 수도 있는 셈이다.
엎어진 물만큼 주워 담기 어려운 게 신뢰다.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서로의 관계에 오래도록 악영향을 미칠 과오를 범하지 않은 편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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