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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바이오 투자 'FOMO'와 결별할 때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3-05-18 08:11:16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꺼냈다. 오징어게임을 보지 않았기에 같은 시공간에 있으면서도 대화의 단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오징어 게임이 얼마나 재밌게 잘 만들어진 콘텐츠인지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대화 속에 끼어들기 위해 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소속된 조직이나 집단에서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을 뜻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가 이런거구나 싶었다.

국내에선 FOMO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진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탄생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스트리트에서 10여년 간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한 패트릭 맥기니스가 하버드대 MBA 학생이던 2004년 학내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 표현을 처음 썼다.

맥기니스가 몸담은 벤처캐피탈 업계에도 FOMO 현상은 존재한다. 미국의 바이오 벤처 '테라노스' 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스는 혈액 한 방울만으로 무려 200여 가지의 질병을 검사할 수 있다고 투자자를 현혹했다. 사기 행각에 놀아난 투자자들이 테라노스에 쏟아부은 자금이 약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홈스의 말대로라면 테라노스는 '초대박'을 터트릴 바이오 기업인데 여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그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불안과 초조함이 투자자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국내 VC 업계에서도 FOMO는 '돈의 쏠림'으로 귀결되곤 한다. 소위 핫하다는 섹터와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린다. 반대로 특정 섹터로는 자금이 전혀 몰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자금난에 빠져 있는 바이오 섹터가 대표적이다. 바이오 전문 VC로 알려진 곳인데도 투심위를 통과하는 바이오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드라이 파우더(미소진 약정액)가 바이오 섹터를 외면하는 것도 문제지만 바이오를 겨냥한 펀드 레이징의 길은 더욱 험난하다. 지난해 8월 모태펀드 수시출자 보건 계정에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한 운용사는 백신펀드 결성 데드라인 연장을 여러차례 요청했다. LP(출자자) 확보에 애를 먹으면서 자금 모집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보건복지부,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기관에서 총 1000억원을 출자키로 했지만 민간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요즘 같이 바이오 시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백신펀드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출자자가 없다는 것이다. '큰 손'인 은행권은 물론이고 제약이나 바이오기업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라고 한다. 벤처투자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추후 수익률을 고려하면 투자에 나설 최적의 시기라는 설명에 머리는 끄덕이지만 선뜻 자금을 집행하겠다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해당 VC 관계자는 민간 LP 한 두 곳에서 깃발을 꽂아주면 자금 모집이 좀 수월해질텐데 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이 역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대세에 동조하지 않고 투자를 집행하면 잘못된 선택, 실수를 할 수 있다는 FOMO 심리의 발현일 수 있다.

조직이나 집단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고 싶지 않은 심리는 인간의 본성이다. 주류에 편승하는 것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맥기니스는 FOMO 심리가 강해질 경우 어떠한 선택도 내릴 수 없게 만드는 포보(Fear of better option)와 결합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바이오 투자를 단행하는 타이밍에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까. 모두가 바이오 투자를 기피하는 지금이 바로 최적의 타이밍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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