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왜 미국 적자기업 인수했나 총자산 3배 넘는 가격 책정…XR기술 확보, 시장 주도권 경쟁
원충희 기자공개 2023-05-19 10:46:58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8일 15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디스플레이 업체 '이매진(eMagin)'을 2억1800만달러(약 2900억원)에 인수한다. 미국 델라웨어 법인(Emerald Merger Sub)과 합병하는 형태다. 이 회사는 자산규모 1000억원이 안 되며 지난 2년 연속 적자를 낸 기업이다.그럼에도 덩치의 3배 넘는 2900억원을 들여 M&A하는 데는 이 기업이 가진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 때문이다. IT기기 부피를 줄이고 배터리 수명을 늘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더 나아가 확장현실(XR) 등을 구현하는 필수 기술로 꼽히고 있다.
◇삼성디플, 적자 나스닥 상장사 '웃돈' 주고 M&A
미국 나스닥 상장사 이매진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전자공시시스템(EDGAR)을 통해 삼성디스플레이와 인수합병(M&A) 계약을 맺었음을 알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미국 델라웨어 법인(Silk USA)이 전액 출자한 '에메랄드 인터미디에이트(Emerald Intermediate)'와 또 다른 법인 '에메랄드 머저서브'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인수가격은 주당 2.08달러, 총 2억1800만달러다. 이매진 주주총회와 '대미 외국투자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CFIUS)' 심사를 거쳐 합병절차가 종료될 예정이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기업에 대한 M&A 등이 국가안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검토하는 미국 행정부의 내부위원회로, 안보이슈가 제기될 경우 대통령 명령으로 15일 내 M&A를 정지 혹은 금지시킬 수 있다.
이매진은 지난해 말 총자산 7310만달러(약 977억원) 규모의 회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책정한 인수가격은 자산규모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더구나 지난해 영업손실 293만달러(약 39억원), 당기순손실 110만달러(약 15억원)을 냈다. 2021년에도 각각 996만달러(약 132억원), 520만달러(약 69억원) 손실을 입었다.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을 웃돈 가격으로 사는 이유는 이곳이 보유한 기술 때문이다. 이매진이 독자적으로 가진 dPd는 XR 기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RGB 올레도스(OLEDoS, OLED on Silicon)'와 관련된 기술이다.
◇XR 기술 주도권 경쟁 한발 앞서 나간다
디스플레이는 빨강(R), 초록(G), 파랑(B) 등 빛의 3원색을 기반으로 색소 조정을 통해 영상을 구현한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기판 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곧바로 증착하는 기술이다.
핵심은 사용자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는 해상도 구현이다. 기존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XR 기기를 구현했다가는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현재 AR·VR 및 XR 기기를 구현하는 기술은 백색광(W)을 기반으로 한 'W-OLED 컬러필터' 방식과 RGB 올레도스로 나뉘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두 기술을 모두 구현해 적합한 것을 선택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매진 M&A 역시 그 전략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AR·VR 및 XR 기기나 차량용 제품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TV 패널만으로 꾸준한 수익창출이 어려운 탓이다. TV만 하더라도 교체주기가 5~10년으로 긴 편이다. 이 때문에 고해상도의 AR글래스나 VR기기 등을 통해 메타버스 콘텐츠를 감상하고 콘솔 게임까지 할 수 있는 분야로 눈을 돌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인 삼성전자는 애플과 메타를 거친 VR·AR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이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XR 기기 확대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모두에게 기회다. 특히 애플이 마이크로 OLED를 요청하면서 수요처가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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