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09일 09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루닛의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는 루닛의 성장 엔진과도 같다. 그간 암학회에서 꾸준히 루닛 스코프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연구를 늘려왔다.

올해 AACR은 특히 루닛에 의미가 남다르다. 작년 11월 글로벌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체결한 공동연구 1차 결과를 비롯해 로슈 제넨텍과 3년 넘게 협업했던 면역항암제 예측 후향적 연구 결과를 모두 발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다.

◇AZ 계약 첫 성과 발표, EGFR 변이 예측 합격점

루닛은 올해 AACR에서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총 7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와 진행 중인 EGFR 변이 예측모델 연구, 로슈 제넨텍과 진행 중인 '아테졸리주맙(제품명 티쎈트릭)' 치료 이점 예측 검증 모델 연구 등이 주목을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진행 중인 연구는 루닛 스코프에 학습시킨 모델로 EGFR 변이를 예측했을 때 아스트라제네카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민감도·특이도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는 루닛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타그리소'라는 블록버스터 EGFR 표적항암제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EGFR 진단이 잘 이뤄지지 않는 시장이 꽤 있다는 점을 본 아스트라제네카는 루닛과 손을 잡았다. 다양한 이유로 PCR 진단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루닛 스코프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양사는 총 3차에 걸친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고 이번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1차에 해당한다. 루닛은 전체적인 EGFR 변이 유무와 함께 세부 하위 변이 및 수술 조직에 대한 판독 정확도 등을 함께 측정했다. 루닛 모델 판독에 활용한 샘플 수는 625장이다. 비교군은 아스트라제네카의 기존 EGFR 검사법을 대상으로 했다.

판독 결과 루닛 스코프 모델은 AUC-ROC 0.880으로 EGFR 변이를 예측해내며 기존 검사법보다 더 높은 예측 적중률을 보여줬다. AUC-ROC는 AI모델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로 AUC 값이 1에 가까울 수록 정확도가 높다.


엑손19결손, L858R, 엑손20삽입 등 EGFR 세부 변이 판독에서도 각각 0.894, 0.887, 0.850으로 유사한 수치가 나왔다. 수술 여부에 따라서 측정한 결과에서도 일관적으로 높은 정확도를 보여줬지만 수술을 한 경우 더 높은 정확도를 보여줬다. 이는 수술 후 보조요법 적응증을 지닌 타그리소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수술 후 EGFR 변이를 루닛 스코프로 판독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옥찬영 루닛 최고의학책임자(CMO)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샘플을 통해 EGFR 변이를 더 상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커스터마이징 루닛 스코프 모델 제공, 면역항암제 낮은 반응률 대안

루닛이 공들였던 또 하나의 연구는 제넨텍과 공동으로 연구한 루닛 스코프 예측 연구다. 제넨텍이 보유하고 있는 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의 과거 비소세포폐암 2·3상 연구를 루닛 모델을 적용해 후향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통상 PD-(L)1 면역항암제는 PD-L1 발현도를 바이오마커로 효과를 측정한다. 티쎈트릭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의 낮은 반응률을 개선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PD-L1을 뛰어넘는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제넨텍은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새로운 예측모델 아이디어를 얻고자 했다.


이번 공동연구의 특징은 고객사의 니즈에 맞게 섬유아세포, 마크로파지, 내피세포 등 종양미세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셀 변화를 측정해 티쎈트릭 치료군과 대조군인 세포독성항암제 치료군의 효과를 분석했다. 면역항암제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각 방정식을 만든 CCS 모델을 적용해 실제 치료 효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존기간 그래프를 새로 그려봤다.

당시 2·3상 임상은 별도의 바이오마커를 적용하지 않고 OS를 측정했다. 그 결과 HR 0.79로 티쎈트릭군이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21%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루닛 스코프 모델로 측정한 결과 HR이 최대 0.65까지 벌어졌다. 루닛 모델을 바이오마커로 적용해 측정할 경우 티쎈트릭의 효능을 더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PD-L1 발현 유무와 관계없이 루닛 스코프 모델로 티쎈트릭의 통계적 유의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는 PD-L1 발현을 기준으로 임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사례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제넨텍은 PD-L1 발현이 없는 보조요법에서 루닛 스코프로 새롭게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루닛이 이미 세팅해놓은 루닛 스코프 예측 모델 외에도 고객사의 니즈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계기도 됐다.

옥 CMO는 "종양내미세환경의 복잡한 변수를 적용해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커스터마이징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