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18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년 전과 비교해 신혼부부 숫자가 40% 이상 줄었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장 큰 위험은 젊은 친구들이 결혼을 안 하는 데 있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은 'KT그룹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구통계학적 변수를 거론했다. 유료방송 업계 1위 KT로서는 IPTV 가입자 성장 둔화에 대한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프리미엄 셋톱박스를 통해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을 개선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콘텐츠와 플랫폼 경쟁력도 제고한다. 스토리위즈 등 자체 지식재산권(IP)을 강화한 콘텐츠 라인업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ENA 채널이 시청률 '톱 10' 진입을 목전에 둘 정도로 성장한 가운데 올 하반기 '포스트 우영우'를 발굴할지도 주목된다.

◇ARPU 악화하는 유료방송, 프리미엄 셋톱박스로 수익성 개선할까

KT는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에서 KT그룹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을 비롯해 KT스카이라이프, KT스튜디오지니, 스카이라이프TV, 지니뮤직, 알티미디어, 밀리의서재, 스토리위즈 등 그룹사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강 사장은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든 '지니 TV 올인원 셋톱박스'를 선보였다. IPTV 셋톱박스, 무선인터넷 공유기, AI 스피커를 하나로 통합한 모델이다.

강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가전과 인테리어에 진심이 됐다"며 "그동안 모든 가정에 있던 무선공유기, 셋톱박스가 어울리지 않게 돼 TV 뒤로 숨겨왔는데 고객 불편을 해결하고자 거실에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는 올인원 셋톱박스를 준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이번 셋톱박스는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디자인했다. 2023 iF 디자인 어워드와 2023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동시 수상할 정도로 심미적 가치를 높였다.

기능적으로는 하만카돈 스피커에 돌비 애트모스 기반 고음질을 지원한다. 여기에 배우가 대사를 할 때 주파수 대역을 증폭시켜 뚜렷하게 들리는 '보이스 부스트' 기술도 더해 차별화했다. 삼성전자의 'HDR10+'와 LG전자의 '돌비비전'을 동시에 지원하는 세계 최초의 셋톱박스이기도 하다.

이같은 프리미엄 셋톱박스를 선보인 건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이 둔화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IPTV, 위성방송, 케이블TV 업계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으로 인해 코드커팅(cord-cutting)에 따른 타격을 받고 있다.

그나마 한국 시장은 선방하고 있다. KT 역시 올 1분기 기준 IPTV 가입자 수가 945만1000명 수준으로 1년 전보다 21만5000명가량 늘었다. 하지만 주로 결합상품 위주로 판매돼 ARPU는 떨어지고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프리미엄 셋톱박스를 선보여 ARPU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반기 기대작 쏠려…장르 다양화·자체 IP 접목 시도 눈길

유료방송 시장을 리딩하려면 미디어 사업 밸류체인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지난해 KT는 이를 통해 미디어 사업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KT그룹 차원에서 지난해 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ENA 채널이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드라마 12개, 예능 17개 타이틀을 선보였다. 특히 작년 6월 첫 방영을 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신생 채널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ENA 채널은 시청률 기준 기존 24위에서 11위로 상승했고 매출은 67% 성장해 11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와 내년에도 탄탄한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우영우 이후 큰 인기를 끄는 작품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당장 올 하반기부터 기대작이 몰려있다는 설명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올해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는 "로맨스, 드라마, 미스터리에 더해 액션, 스릴러,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2024년에는 KT스튜디오지니의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한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스튜디오지니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는 서스펜스 스릴러 '행복배틀', '마당이 있는 집'이 5~6월 방영 예정이다. 스토리위즈 IP를 활용한 '로드오브머니', KT스튜디오지니 시리즈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가석방심사관 이한신' 등 작품은 내년 선보일 계획이다.

ENA 채널을 운영하는 스카이라이프TV 역시 지난 1년간 성과를 토대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윤용필 스카이라이프TV 대표는 "경쟁 사업자가 하지 않는 새로운 장르에 과감히 도전해 이상한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며 "외부 크리에이터와 상생 관계를 올해 더 확장해 ENA와 IP를 공유해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성공 확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혜미리예채파' 등 예능 라인업에서 가능성을 본 만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밖에 해외 제작사 오프더펜스(OFF THE FENCE) 협업 프로젝트 일환으로 '하늘에서 본 미래'도 내달 중 선보여 장르를 다큐멘터리로 확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