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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넷플릭스와 구글은 '망 사용료'를 어떻게 회피하나①소송 통한 지불 유예, 크리에이터 동원 여론몰이…유럽서도 이용분담 방식 관심

이장준 기자공개 2023-05-24 10:58:22

[편집자주]

글로벌 빅테크는 압도적인 시장지배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규제를 회피하고 불공정행위를 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고 있다. 은밀한 여론전을 통해 입법을 저지하기도 해 국내 테크사들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빅테크가 국내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영향과 토종 테크사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공정 경쟁을 위한 규제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2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사업자는 넷플릭스와 구글뿐이다. 이들은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지만 굳건한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어 협상력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3년 넘게 소송전을 벌이며 대가 지급을 유예하고 있다. 1심에서 패소했지만 즉각 항소에 나섰다. 구글은 망 이용대가를 의무화하는 입법 움직임이 나타나자 여론전에 나섰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동원하거나 그동안 후원해 온 사단법인을 통해 입법에 반대하도록 유도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현재는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ISP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 사이 망 이용분담 방식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국내 입법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SKB·넷플릭스 3년 넘게 이어진 법정공방…좁혀지지 않는 이견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지난 15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부당이득 반환 소송 제9차 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14차례에 걸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것을 요청했지만 넷플릭스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가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하자 되레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유한회사와 넷플릭스 인코퍼레이티드(Netflix, Inc.)는 이듬해 4월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2021년 원고인 넷플릭스 측의 패소로 끝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접속(access)과 전송(delivery)의 개념이 다르다거나 망 사용료는 이중요금 부과라는 넷플릭스 측 주요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넷플릭스는 이에 항소를 제기했고 SK브로드밴드도 반소하며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며 법정공방이 치열해졌다.

*출처=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소송전은 장기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1심에서 결론을 내기까지도 1년6개월이 걸린 데다 넷플릭스 경영진이 배임 등 이슈를 피하려면 최종심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법원이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주면 넷플릭스와 합의된 감정평가기관을 산정해 결정할 예정이다. 1심 판결문에서는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할 SK브로드밴드 망 이용 대가를 2020년 한 해 기준 272억원가량으로 추정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자사 전용회선을 사용해 고품질 영상을 제공한 2018년 5월부터 받아야 할 망 사용료를 소급해 요구할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최종 패소할 경우 그동안 국내 ISP에 밀린 망 사용료를 모두 지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입법 논의에 등판한 구글, 여론전에 휘둘린 정치권

정치권도 글로벌 빅테크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자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는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7개 발의됐다.

하지만 여야가 입법에 속도를 내자 구글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내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업자는 현재 넷플릭스와 구글밖에 없다.

그동안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 안에서 ISP와 엮인 사업이 많아 유리한 입장에서 개별적으로 협상에 임해왔다. 하지만 망 사용료를 법에 명시하면 협상이 불가능해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쳤다. 거텀 아난드(Gautam Anand)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이 유튜브 한국 공식 블로그에 망 이용료 법안에 대한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발의된 법안이 통과될 경우 CP와 생태계를 같이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불이익을 주게 되고 유튜브가 한국에서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며 압박했다.

'삼프로TV', '슈카월드' 등 두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다룬 망 사용료 관련 콘텐츠는 100만뷰를 돌파했다. 망 사용료를 법제화하면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모두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고 압박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을 통해 망 사용료 법제화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오픈넷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구글 코리아와 넷플릭스 등으로부터 총 10억원 넘게 후원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독립성이 훼손됐다. 하지만 '망 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에는 현재 28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결국 정치권도 부담을 안고 현재는 논의가 중단됐다. 여기에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 넷플릭스로부터 향후 4년간 25억달러(약 3조원) 수준의 한국 콘텐츠 투자 약속을 받으면서 당장 망 사용료 이슈를 꺼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망 이용대가 관련 얘기가 한동안 나오다 잠잠한 상황"이라며 "최근 넷플릭스가 한국에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대적으로 성과로 얘기하면서 ISP 업계 전반적으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ISP와 CP 사이 망 이용분담 방식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국내 관련 입법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올 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와 한-유럽 통신협회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은 망 이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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