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매니저 프로파일/카카오벤처스]'허닭' 발굴 장원열 수석, 스타트업의 코파일럿 꿈꾼다신영증권 인터넷·게임 애널리스트 출신…2019년 심사역 변신

김진현 기자공개 2023-06-01 08:14:06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0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벤처스는 '코파일럿(Co-pilot)'을 지향하는 벤처캐피탈(VC)이다. 스타트업의 항해를 돕는 부기장 역할로서 창업자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투자 기업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투자사를 '패밀리'라 부르며, 한 가족처럼 챙긴다. 'KV마피아'라는 다소 격한 애정 표현도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공공연하게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마피아처럼 카카오라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밀어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표현이다.

장원열 수석(사진)은 카카오벤처스에서 활동하는 여러 코파일럿 중 한 명이다. 그는 카카오벤처스에서 벤처투자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인 '마켓인사이트(MI·market insight)'팀을 이끄는 팀장으로 합류했다. 지금은 시장 분석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조력하는 역할로 변신했다.

◇성장스토리 : 신성 애널리스트, 스타트업 심사역 변신

장 수석은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1984년생인 그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투자자문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5년부터 신영증권에서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신영증권에서 인터넷, 통신서비스, 게임 등 산업 분야를 분석하고 관련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게임 산업과 인터넷 산업에 대한 분석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목받던 신예 애널리스트가 돌연 증권업계를 떠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애널리스트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바이사이드 쪽이 점차 위축되면서 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카카오벤처스에서 좋은 제안이 와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장 수석은 카카오벤처스가 케이큐브벤처스 당시 지원서를 넣었다 떨어진 아픈 경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증권사에서 경력을 쌓고 일종의 '금의환향'을 한 셈이었다.

처음 그는 카카오벤처스에서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심사역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MI팀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는 시장에 대한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현장을 분석하면서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힘을 보탰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팀장이었던 그에게 2019년을 기점으로 심사역으로 활동해줄 것을 주문했다.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와 기업 발굴 역량을 썩히기엔 아깝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랙레코드1 : '바로 이맛 아닙니까' 데이터 기반 성장 '허닭' 발굴

장 수석의 대표 포트폴리오는 '허닭'이다. 설립 당시 법인명이 '얼떨결'이었던 까닭에, 카카오벤처스가 얼떨결에 투자했다는 말이 농담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카카오벤처스가 일반적으로 투자하는 ICT서비스, 딥테크,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아닌 식품 기업 허닭에 투자를 하면서 업계에서는 의아한 목소리가 많았다.

장 수석은 "허닭이야말로 ICT 기업이다"고 말했다. 장 수석이 보기엔 당시 개그맨 허경환의 마케팅 파워 등을 앞세워 업계 3위 수준으로 성장해있던 허닭은 더 큰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허닭의 가장 큰 강점은 최적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에 있다"며 "닭가슴살 시장에서 중요한 건 시장의 크기가 얼마인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예컨대 매운맛 닭가슴살을 출시했을 때 수요 소비층이 얼마나 될지, 큐브형태의 닭가슴살이 시장에 먹힐지 등을 아는 게 재고를 남기지 않고 판매를 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그는 허닭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쌓아온 데이터라고 봤다. 장 수석은 "허닭은 데이터를 계속 수집해서 시장의 흐름을 알고 있었고 전체 시장의 크기와 가격별 구매 형태 등을 전반적으로 잘 파악하고 잇었다"며 "새로운 제품을 론칭했을 때 실패 확률이 극히 낮아 이를 기발으로 매년 2배 이상 매출을 성장시켜 왔다"고 말했다.

카카오벤처스는 허닭의 첫 모험자본 투자사였다. 2019년 첫 투자 후 2022년초 프레시지가 허닭을 인수할 때까지 2년 가량 동행했다. 프레시지 인수로 조기에 엑시트에 성공하면서 멀티플 기준 4배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트랙레코드2 : 임상 실험 데이터 '혁신' 제이앤피메디 초기투자

카카오벤처스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를 주력으로 한다. 미래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초기부터 발굴해 그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 게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굴한 기업 중 하나가 제이앤피메디다. 제이앤피메디는 임상 시험 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장 수석은 "신약 개발사들이 임상을 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 데이터를 잘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과거에는 이러한 데이터가 문서 파일 등으로 단순하게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누락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이앤피메디는 임상 데이터 관리 솔루션인 '메이븐 클리니컬 클라우드(Maven Clinical Cloud)'를 운영 중이다. 비대면 임상 실험 트렌드에 맞는 설루션을 제공하며 다수의 제약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카카오벤처스는 프리 시리즈A 라운드에서 제이앤피메디에 투자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시리즈A 라운드에도 후속투자를 통해 제이앤피메디의 성장을 지원했다. 제이앤피메디는 제품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장 수석은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이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계열 투자 전문 자회사 파빌리온캐피탈이 투자사로 참여하면서 제이앤피메디는 해당 투자금을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임상 데이터의 오입력, 훼손 등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 회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수익 성과는 기본,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 '성공사례' 기대

장 수석이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지는 5년 가량이 됐다. 심사역으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한 건 3년 반 정도다. 투자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패밀리'의 성장을 오롯이 동행한 경험이 많지는 않다.

그는 "사실 IPO를 통해 시장에 상장할 만큼 기업이 성장한 케이스가 없었다"며 "투자 펀드 회수 기간도 아직 도래하지 않아서 일부 M&A를 통해 회수된 패밀리를 제외하면 엑시트 사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우수한 성과에 대한 기대감은 기본적 열망이다. 장 수석도 훗날 투자 기업이 성장해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다. 다만 그는 "투자 기업 하나가 잘되고 나머지 기업이 망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특정 회사의 수익률이 극단적으로 뛰어나지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패밀리 기업이 고르게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펀드 성과면에서 봤을 때도 전반적으로 포트폴리오 성과가 좋은 게 특정 기업의 성과가 좋은 것보다 더 우수한 경향이 있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기업이 고르게 성장해야 이들 기업에 투자한 펀드 성과도 극대화될 것으로 봤다. 또 단순히 투자 성과를 넘어 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장 수석은 "수익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이들 기업이 창출해내는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많이 발굴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업을 발전시켜나가기 때문에이러한 윤리적 가치가 장기적으로 실현되도록 돕는 역할하겠다는 거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