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기술특례 전문요원 없나요"...평가기관 인력 '러브콜'사업성 진단, 난이도 껑충 무게…삼성증권 스카우트 성공사례
양정우 기자공개 2023-11-24 07:35:2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두발 쇼크가 기업공개(IPO) 시장을 강타하면서 증권사 IB 파트마다 기술특례 상장의 전문요원을 확보하는 데 한창이다. 파두 사태의 핵심은 미래 추정 실적과 실제 손익의 괴리여서 두 지표 사이 균형감을 가질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카드가 검토되고 있다.앞으로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심사의 정성적 측면에서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랜 기간 정비를 거듭해온 IPO 트랙인 만큼 제도 전반을 뒤엎기보다 추정 이익의 산정과 뒷받침돼야 하는 근거를 엄격하게 따져볼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기술특례 상장 '위기감'…균형감 갖춘 외부인사 '러브콜'
21일 IB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에서는 최근 기술특례 상장에 적색등이 켜지면서 지난해 기술평가기관에서 영입한 IPO팀 직원이 하우스 딜의 기술성 평가 이슈를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기평기관의 영업 담당 인력을 IB맨으로 채용한 건 대형 증권사 최초의 시도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파두 사태 이후로 대형 증권사마다 내년 기술특례 상장을 놓고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며 "하우스 내부 인력만으로는 밸류에이션 등에 대한 균형감을 갖는 게 쉽지 않아 외부 시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증권처럼 기평기관의 인사를 직접 영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특례 상장은 한국거래소에 심사를 청구하기 전에 기평기관에서 기술성 평가를 받는 게 선제 조건이다. 본래 기관 2곳의 평가에서 적정 등급(A등급과 BBB등급 이상)이 나와야 했으나 올들어 제도 개편에 따라 일명 딥테크 기업(인공지능, 반도체, 2차전지 등)은 단수 평가(1번의 기술평가)만으로도 기술성 평가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기술성 평가에서 가장 중시되고 있는 게 바로 상장예비기업의 사업성 항목이다. 증시에 입성한 코스닥사마다 재무 건전성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에 시달리자 한국거래소에서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 기조는 기술성 평가 다음 단계인 거래소 심사 단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파두발 쇼크로 사업성 진단에 대한 무게감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사태는 추정 실적을 토대로 공모가를 산정해 상장한 회사의 실적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추정 실적과 제반 근거를 훨씬 엄격하게 진단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 창출 전략도 강도높게 지적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기술특례 상장의 난이도가 껑충 뛸 가능성이 높기에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기평기관 실무자를 직접 스카우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거래소 등과 소통을 이어가겠으나 해당 실무진을 채용하는 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기 때문이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3/11/21/20231121161915916_n.png)
증권사 IB 입장에서는 오롯이 보수적 시각으로 밸류에이션에 나서는 게 녹록지 않다. 상장예비기업이 어디까지나 고객이기 때문이다. IPO 업체 오너는 몸값이 기대치보다 크게 밑돌 때 상장주관사 자체를 교체할 수도 있다.
더구나 IPO 주관사 자리를 얻고자 증권사마다 과감한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게 IB업계의 관행이다. 이런 '몸값 인플레'를 사전에 인지하면서도 오너 입장에서는 상장 밸류를 가장 낮게 제시한 증권사를 IPO 파트너로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 주관사의 경우 수수료가 상장 기업의 몸값과 비례하기도 한다.
이런 이해 관계가 맞물리면서 기술특례 상장에서 미래 추정 실적과 실제 손익의 격차가 벌어지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흑자 기업의 일반 상장이라면 향후 실적의 성장세를 드라마틱하게 제시하는 게 불가능하다. 오히려 실적 반적이 있을 것으로 에쿼티 스토리를 짠 적자 업체에서 이례적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증권사 IB로서 IPO 실무 경험을 누적해온 내부 인사는 중장기적으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 때문에 하우스 자체적으로 균형감을 갖춘 인사를 확보하고자 기평기관에 노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인력으로부터 기술성 평가의 결정 프로세스와 실무 감각을 얻는 것도 소득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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