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산정 표준모델?…IB업계 한목소리 "비현실적" 천차만별 기업, 밸류에이션 규격화 '글쎄'…IPO 실사시 주도적 지위 필요
양정우 기자공개 2023-12-01 07:09:57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 당국이 파두 사태를 수습하고자 기업공개(IPO) 시장의 신뢰 제고 방안을 내놓았으나 IB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모가 산정 표준모델이라는 대목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상장주관사가 밸류에이션에서 객관적 시각을 고수하려면 온전한 주도권이 부여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게 IB업계의 중론이다. 상장예비기업은 어디까지나 고객이기 때문이다. IPO 실사 역시 '을'의 입장에서 수행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공모가 산정 회사 표준모델, 구체화시 파장 무게
금융감독원은 최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IPO 시장의 공정과 신뢰 제고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해당 간담회엔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과 주관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파두 쇼크로 기술특례 상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만큼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곧바로 시행된 대책은 바로 실적 보고다. 앞으로 예비 상장사는 실제 IPO 이전까지 재무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이로써 이달 기관 수요예측에 들어가는 LS머트리얼즈와 블루엠텍 등은 지난 10월까지 기록한 손익을 자체 결산해 증권신고서에 추가로 반영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주관사 책임도 풋백옵션과 보호예수기간 등을 조정해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IPO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손을 대려는 대책은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향후 테스크포스팀(TFT)에서 중요 의제로 다룰 공모가 산정 회사 표준모델을 놓고 밸류에이션의 자율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공모가 산정 표준모델은 증권사별로 IPO 평가방법과 비교지표, 할인율 등 관련 기준을 미리 마련한 후 이 범주 내에서 밸류에이션을 벌이도록 규제하는 방안이다. 주관사별 공모가 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취지다. 한 주관사에서 동일한 반도체 기업을 상장시키는데 비교기업과 할인율이 다른 건 객관성이 훼손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하지만 IB업계에서는 동일한 섹터와 볼륨을 가진 기업이어도 획일적으로 접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업체여도 영업 환경과 개별 사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체적 사항을 무시한 채 적용 밸류에이션의 세부 기준을 규격화하는 건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미리 확정한 표준모델과 다른 방식으로 산정시 필요한 내부승인 절차 등을 요구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의지에도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과거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대책처럼 자칫 내부승인 절차로 이사회 의결을 요구한다면 사실상 표준모델을 벗어나는 시도가 감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밸류에이션의 절차에 객관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무 일선의 업무를 감안하지 않은 대책"이라며 "할인율만 하더라도 IPO 시장 분위기와 공모주 운용사의 반응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과인데 어떤 식으로 표준모델을 세울 수 있을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3/11/28/20231128171943144_n.png)
◇갑을관계서 실사 자료 재검증 '쉽지않네'
IB업계는 금융 당국의 기대처럼 밸류에이션의 객관성이 확보되려면 상장주관사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관 계약 체결 전까지는 고객이지만 일단 주관사 지위를 확보했다면 IPO 실사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상장주관사와 상장예비기업은 금융기관과 고객 관계에 불과하다. 고객이 실사 과정에서 오류가 있는 자료를 제시해도 적극적으로 검증에 나설 수 있는 카드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파두 사태를 바라보는 IB업계에서는 매출 격차가 충격적이지만 상장주관사가 법규상 주어진 업무는 소화했을 것으로 보는 실무진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금감원은 발행사, 주관사, 정보이용자(기관투자자 등), 학계, 자율규제기관(협회) 등과 함께 TFT를 구성해 중장기적 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관 업무 관련 공모가 산정 회사 표준모델은 물론 △내부통제기준 구체화 △기업실사시 준수사항 등도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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