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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산업의 ‘종언'? [thebell note]

김지효 기자공개 2024-02-13 08:13:5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결혼 안 하잖아요. 혼인율, 출산율 다 낮아지는데 웨딩산업에 투자하기 쉽지 않죠.”

M&A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웨딩기업들을 취재하며 들은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게 비슷했다. 2022년 말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3.7건으로 2013년 6.4건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도 2022년 말 기준으로 0.778명을 기록했다. 숫자로만 보면 결혼과 출산 관련 산업은 곧 막을 내린다 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결혼 준비를 하면서 몸소 느낀 웨딩산업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대부분은 1년~1년 반 전에 예약을 마쳐야만 했다. 웨딩홀, 메이크업,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등 챙겨야 할 건 수 십여 가지인데 웨딩플래너는 결정을 독촉하기 일쑤였다. 나만 이런가 싶어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상황은 비슷했다.

이를 증명하듯 프라이빗에퀴티(PE)가 들고 있는 웨딩홀 운영기업들도 지난해 실적이 크게 회복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펠가모와 더채플, 루벨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웨딩기업 '유모멘트'는 와이드에이치컴퍼니의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8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60억~170억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매출 637억원, EBITDA 5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됐다. 프랙시스캐피탈의 포트폴리오기업인 티앤더블유(T&W)코리아도 지난해 눈에 띄게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전언이다.

엔데믹 여파로 일시적인 호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웨딩산업의 분위기는 변했다. 그간 웨딩홀 업계는 강자가 없었다. 대형 웨딩홀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수 년간의 적자를 버틸 수 있는 대형 웨딩홀 또는 소규모 고급 웨딩홀들이 살아남았다. 대형 웨딩홀들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졌다.

웨딩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고 있다. 웨딩산업은 주로 뷔페 등 식사와 장소 제공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하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고 데이터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결혼은 부동산, 자동차, 가전 등으로 이어지는 소비의 시작이기도 하다. 웨딩홀을 예약한다는 건 이 같은 소비를 시작하겠다는 예고인 셈이다. 데이터가 ‘돈’인 시대에 결혼의 시작인 웨딩홀 예약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파생되는 소비의 데이터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구구조와 사회문화가 변하면서 여러 산업의 흥망성쇠가 엇갈리고 있다. 결혼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소비들을 고려하면 웨딩산업의 종언을 쉽게 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웨딩산업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달라진 위상을 만들어나갈 투자자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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