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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이 다른' 주주 환원 thebell note

김형락 기자공개 2024-03-05 08:26:21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0:1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주총회 시즌 화두는 '주주환원 정책 변화'다. 정부가 개별 상장사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를 권고하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준비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저변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상장사가 수두룩한 국내 주식시장을 더 이상 두고보지 않겠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정부의 의중을 읽은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꽤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시사했다. 지난 22일 컨퍼런스콜에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가 저평가가 지속되면 주주환원율 50%를 초과한 자사주 매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순이익 절반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기업이 한 해 동안 거둔 순이익을 유보할지 주주에게 환원할지를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다. 보통 투자 계획, 잉여현금흐름(FCF) 등을 고려해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을 수립한다. 그동안 국내 대다수 기업은 이익 유보에 무게를 뒀다.

국내 기업과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주주환원율을 비교하면 온도 차가 명확하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연간 순이익을 초과하는 금액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곳도 있었다.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5월 결산 기준) 주주 환원 규모(약 75억6800만달러)가 연결 기준 순이익(약 50억7000만달러)보다 컸다.

인수·합병(M&A) 매각 차익을 곧바로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곳도 있다. 아디다스는 2022년 3~10월 리복 매각 수익을 반환하기 위해 15억유로(2조1637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기존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을 유지하면서 추가로 가동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다. 그해 아디다스가 거둔 연결 기준 순이익은 6억3800만유로(9204억원)다.

순이익을 초과하는 주주 환원은 자본총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익 유보가 익숙한 국내에선 언뜻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기업 내 현금 유출로만 보는 건 단편적 접근이다. 유휴 자산을 줄이는 자본 재배치 활동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순이익 이상으로 주주 환원을 집행한 건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유휴 자본을 남겨두지 않기 때문에 과잉 투자, 비영업 관련 투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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