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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정상화 펀드 '개점휴업'…대주단-매수자 기싸움 캠코 작년 1조 설정 이후 매입은 단 1건 불과

윤종학 기자공개 2024-03-26 08:18:05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를 위해 가동시킨 PF정상화펀드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고 있다. 부실사업장을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대주단과 매수자 간 눈높이에 차이가 발생하며 자산매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부실화된 자산임에도 대주단에서 원금손실을 우려해 매각에 소극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KB자산운용, 코람코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등 5개 위탁운용사가 설정한 '캠코 PF정상화지원' 펀드에서 매입한 자산은 삼부빌딩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코 PF정상화지원 펀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부동산 PF정상화를 위해 조성한 블라인드펀드로 캠코가 5000억원을 투자하고 위탁운용사 5곳이 각각 1000억원 이상을 마련했다. 세부적으로 코람코자산운용 1450억원, 신한자산운용 1350억원, 캡스톤자산운용 1250억원, 이지스자산운용 1000억원, KB자산운용 1000억원 등이 모집돼 총 모집규모는 1조1000억원에 이른다.

PF정상화지원 펀드 구조. <이미지=한국자산관리공사>

다만 1조1000억원 중 현재까지 소진된 금액은 약 1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신한자산운용이 PF정상화지원 펀드를 통해 서울 회현역 역세권에 위치한 '삼부빌딩'을 매입한 것이 현재까지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다. 이마저도 이미 추진중이던 딜을 펀드에 담은 것으로 알려져 펀드 설정 이후 PF정상화지원 펀드로 매입된 자산은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사업장별 PF 대주단 협약, 캠코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 경·공매 등을 내세우며 부동산 PF위기 발생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연일 밝히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PF정상화지원 펀드가 설정됐음에도 부실 사업장에 대한 매입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데는 대주단과 매수자의 눈높이 차이가 꼽힌다. 통상 PF정상화지원 펀드의 대상은 이미 EOD(기한이익상실) 등이 발생해 부실화된 자산들이다. 이 중에서 사업성이 있는 자산을 매입해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매수자 입장에서는 정상화 비용 등을 감안해 할인된 가격에 자산을 매입하려한다. 반대로 대주단 입장에서는 최대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가격에 자산을 매각하고 싶어한다. 매각가에 관한 서로의 눈높이 차이는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문제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PF 위기의 근본적 문제인 금리 인상이 멈추며 조만간 금리 인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주단은 시간을 끌수록 자산가치가 좀 더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에 매수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매수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높아진 공사비 등을 감안하며 대주단이 제시하는 가격에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 설정 당시에는 위탁운용사별 눈여겨 보는 PF사업장이 1~2곳씩은 있어 자산매입이 이 정도로 늦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주단 중심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스탠스로 변화하며 실제 매각 논의가 진행되던 PF사업장과 매각가 조율에 의견차가 발생, 무산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효제아트PFV는 PF정상화 펀드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매각이 불발된 케이스다. 효제아트PFV는 종로구 효제동 315-1, 315-6번지에 하이엔드 오피스텔 개발을 위해 2020년 8월 설립된 PFV다. 브릿지론 500억원의 대출 이자 재원 마련에 실패하며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상황이다.

효제아트PFV의 대주단인 새마을금고는 PF정상화 펀드에서 매입해달라는 의향을 보여 제한경쟁입찰을 진행했다. 코람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PF정상화 지원펀드를 보유한 위탁운용사들이 참여했고 400~450억원대 매각가를 제시했지만 대주단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딜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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