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한샘 vs 현대리바트]사모펀드 vs 재계, 토종 가구회사의 '손바뀜'①IMM PE 임원 전면 기업가치 제고 '총력', 현대백화점 계열사 시너지 '방점'
김혜중 기자공개 2024-03-29 07:07:4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국내를 대표하는 가구 및 인테리어 전문기업이다. 1970년대 태동한 두 기업은 아파트 공급 증가와 함께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고 '손바뀜'으로 변곡점을 맞이한다.현재 한샘은 사모펀드 IMM PE, 현대리바트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하에 놓였다. 이에 따라 배치된 임원들의 면면과 사업전략도 상이하다. 한샘은 IMM PE 출신의 임원을 내세워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으며 현대리바트는 현대백화점 출신 임원이 배치되어 계열사 시너지를 적극 검토하는 모습이다.
◇부엌가구업체→종합 인테리어 기업, 사모펀드 지배 속 기업가치 제고 '총력'
한샘은 1970년 부엌가구 전문 회사로 출범했다. 당시 서서 일할 수 있는 설비 및 가구가 갖춰진 입식 부엌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한샘은 부엌 규격을 실측해 캐비닛과 싱크대 등 가구를 배치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1997년 침실, 거실 등에 공급하는 인테리어 가구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최근엔 건재 아이템까지 확대해 주택 내 모든 공간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한샘이 사세를 확장할 수 있던 배경엔 조창걸 명예회장이 있다. 한샘의 창업주인 조 명예회장은 1970년 창립 이래 줄곧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한샘을 이끌었다. 1994년부터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인재를 영입해 경영진 주축을 다졌다. 1979년 최양하 전 회장을 시작으로 강승수 전 회장, 이영식 전 부회장, 박석준 전 사장 등 서울대 출신 사단을 형성했다. 이들은 조 명예회장의 각별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샘 경영을 이끌어왔다.
2021년 들어 한샘은 창립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다. 조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 IMM PE에 매각했다. 투입된 자금만 1조4500억원 수준의 '빅 딜'이었다. 한주당 가격은 22만원에 육박했다.
인수 이후 IMM PE는 곧바로 경영진 재편에 나섰다. 기존 사내이사진은 △조창걸 명예회장 △강승수 회장 △이영식 부회장 △안흥국 사장 △최철진 전무로 구성됐다. 인수 이후 별도의 사내이사 없이 IMM PE측 임원 4인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배치했다. 지휘봉은 김진태 대표집행위원에게 넘겨줬다. 지오영그룹, 맥킨지앤컴퍼니 등에서 전략, 재무, 운영 등 전문성을 쌓아 온 외부인재다. 사외이사 3인 역시 IMM PE측에서 추천한 인사로 구성됐다.
이후 김 대표 지휘 하에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다했다. 인수 당시 가격은 주당 22만원이었지만 인수 후 1년도 되지 않아 한샘 주가는 5만원 아래로 떨어진 탓이다. 다만 엔데믹 여파로 홈퍼니싱 수요가 감소하고 불안한 국제정세로 원자재가격은 급증했다. 부동산 시장에 한파까지 불어닥치며 매출액은 역성장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2023년 IMM PE 출신 김유진 사장을 대표이사로 급파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수익성 제고를 위한 경영 효율화에 돌입한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며 주가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돌고 돌아 현대백화점그룹 품으로, 계열사 시너지 '방점'
현대리바트의 역사는 1977년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금강목재공업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내에 대규모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던 시기였고 가구 수요가 급증하며 현대그룹에서 계열사를 차려 이에 대응했다.
다만 IMF를 겪으면서 한 차례 ‘손바뀜’을 겪는다. 1998년 퇴출기업으로 선정되고 이듬해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이후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독자경영을 시작해 2001년부터는 경규한 전 대표가 지휘봉을 잡고 현대리바트를 이끌어 나간다.
그러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가 현대리바트 지분을 기존 11.84%에서 2011년 말 기준 25.2%까지 끌어올리며 출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다. 이듬해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고 현대리바트는 현대백화점그룹 품으로 안기게 된다.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 리바트 내부전문가로 구성되었던 사내이사는 현재 현대백화점그룹 출신 임원이 대거 배치됐다.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 출신 윤기철 사장, 현대백화점 디지털사업본부장 출신 권태진 전무,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경영개선팀장 출신 강민수 상무, 현대지에프홀딩스 윤영식 부사장으로 구성된다.
이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룹의 성장 동력 중 한 축으로 '리빙사업'을 낙점했다. 현대리바트와 지누스, 현대L&C 등으로 이루어진 계열사의 시너지를 통해 2030년까지 리빙사업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운 바 있다. 현대백화점의 유통망과 각 가구사업에서의 노하우, 제조역량을 바탕으로 8년 만에 리빙사업 매출액을 두 배 신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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