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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리밸런싱 스토리]SK의 '배터리 드림'은 이뤄질까⑤SK온 사업확장 모회사 SK이노 재무부담으로…자산매각 가능성 주목

김위수 기자공개 2024-03-29 08:08:28

[편집자주]

SK그룹이 작년 말 대규모 인적쇄신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점검, 비용 감축으로 경영 고삐를 죄고 있다. 근래 최태원 회장의 '해현경장(解弦更張)' 발언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등판은 그룹의 위기의식을 대변한다. 과거의 성장 방식이 더이상 정답이 아닌 걸까. 확실한 건 SK그룹의 2024년은 예년과 다를 것이란 점이다. 더벨은 경영 시스템과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는 SK그룹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SK그룹 오너가 경영인들이 오랜 기간 그룹의 미래로 바라봐온 사업이다.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배터리 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실질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비전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임해왔다. 1등에 도달하기 위한 시점에는 변화가 있겠지만 지금도 목표는 같다. 빠른 속도의 성장을 거듭해 온 만큼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상황일 수도 있다. 문제는 마지막 고지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다.

◇전방위적 자본조달, 그 이후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의 여파로 SK온은 자금조달 선택지에 IPO를 둘 수 없게 됐다. 물적분할 후 IPO가 기존 모회사 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규모 조달을 위해 IPO를 염두에 뒀던 SK온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출범 이후 SK온은 말 그대로 전방위적인 조달 활동을 펼쳐왔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지원은 물론 회사채 발행, 차입,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끌어모은 자금은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입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말 기준 SK온에 쌓인 총차입금은 16조6258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을 늘려놓은 덕분에 부채비율은 2022년 말 258%에서 지난해 말 190%로 70%포인트(p) 떨어지기는 했다. 단 차입금도 함께 늘어나며 차입금의존도는 50%를 유지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배터리 사업은 아직 '마이너스'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SK온은 2022년부터 2023년 초까지 프리IPO를 통해 자금유치를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프리IPO를 통해 2조8000억원여를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이에 따른 부담도 크다.

SK온은 2026년까지 IPO를 실시해야 한다.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한투PE)에는 내부수익률(IRR) 7.5% 이상을 보장했고, 다른 투자자들과도 비슷한 조건을 걸고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드래그얼롱 행사에 대한 콜옵션을 가진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IPO가 완료되지 못할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즉 2026년까지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밸류를 인정받아 IPO에 성공해야 한다. 프리IPO 당시 추산된 SK온의 기업가치는 22조원인데, 2026년 IPO가 실시될 때까지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이다. 프리IPO를 위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30조원 안팎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SK온으로서는 배터리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SK온의 설비투자로만 7조5000억원이 예정돼있는 상황이다.


◇크레딧 방어 실패…자산 매각 나설까

SK온의 배터리 사업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번진 상태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S&P글로벌은 BB+ 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분류한다.

글로벌 투자유치가 절실한 SK온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S&P글로벌은 SK온의 2025년까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조달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올초 은행기관 차입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이와 더불어 추가적인 프리IPO 역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시장상황과 SK온의 사업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이전과 같은 기업가치(22조원)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지난해 '11번가 사태'로 SK그룹에 대한 시장 신뢰가 낮아졌다는 점 또한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자산 매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창원 의장이 SK그룹 최고 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게 된 이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추진 중인 상황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은 조금씩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올초 수익이 나지 않는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커버 윈도우(FCW)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계열사 SK어스온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플랜트를 보유한 페루LNG의 지분 20%를 34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더 굵직한 자산 매각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실 이차전지 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를 유동화 후보로 지목할 수 있다. 현재 그마나 견조한 업황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SK에너지·SK엔무브 등은 자금조달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다.

특히 SK엔무브의 경우 지난해부터 TV 광고를 집행하고 미래 비전을 알리는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시장상황 자체는 좋지 않지만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 중인 SK지오센트릭도 비슷한 입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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