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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 Showbiz]CJ그룹 IP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정조준'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 부장, 글로벌사업 확대 '박차'

이지혜 기자공개 2024-04-03 07:50:14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뮤지컬은 우연처럼 다가왔다. 유럽 여행길에 영국 웨스트엔드를 방문한 게 계기였다. <오페라의 유령>부터 <라이온킹>까지 유명 작품을 연이어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진로에 대한 방황을 끝냈다. ‘뮤지컬을 해야겠다’. 귀국해서도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고 뮤지컬 제작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 부장(사진)의 이야기다.

예 부장의 전공만 보면 뮤지컬과 거리가 있다. 뮤지컬을 접할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진로를 고민하다가 여행길에서 만난 뮤지컬이 그를 운명으로 이끌었다.

뮤지컬에 대한 열정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오히려 목표가 더 높아졌다. 이제 예 부장은 누군가의 꿈이 되기를 꿈 꾼다. 그가 만든 오리지널 작품이 영국 웨스트엔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오랜 감동으로 남는 게 프로듀서로서 예 부장의 최종 목표다.


뮤지컬 <킹키부츠>.

◇“제2의 <명성황후>를 만들고 싶었다”

예 부장이 직장생활을 시작한 건 2003년 에이콤인터내셔널(이하 에이콤)에서였다. 뮤지컬 <명성황후>를 만든 유명 제작사라는 점에 끌려 졸업하자마자 에이콤에 입사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을 해치우느라 몸도 마음도 고됐다. 작품의 부진한 성과에 기운이 꺾이기도 했다.

2004년 공연된 <명성황후>는 예 부장이 의지를 되찾는 계기가 됐다. 작품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대중성도 좋았다. <명성황후>는 고작 두세달 공연했을 뿐인데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콘텐츠의 힘을 실감한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예 부장은 “IP(지식재산권) 하나가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고 큰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내 손으로 제 2의 <명성황후>를 만들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의 열정에 결정적으로 불씨를 지핀 게 CJ그룹이다. 당시 CJ그룹은 투자를 넘어 뮤지컬을 자체제작하며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를 보였다. 예 부장은 “CJ그룹이 뮤지컬사업을 제대로 하겠다는 판단이 섰다”며 “투자에서 벗어나 작품을 자체제작한다는 데 매력을 느껴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글로벌 성공 가능성 보여준 <킹키부츠><물랑루즈!>

2006년 대학로에서 초연된 <김종욱 찾기>는 예 부장이 CJ그룹 프로듀서로서 처음 만든 작품이다. 그는 “하나의 IP가 꾸준히 공연되며 수익을 내는, 생명력 긴 콘텐츠가 됐다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김종욱 찾기>는 공연사업의 본질을 상기시킨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종욱 찾기>는 CJ그룹의 뮤지컬사업 역사에서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대학로에서 오랜 기간 오픈런 공연을 진행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종욱 찾기>는 국내 흥행성과에 힘입어 중국, 일본으로도 라이선스가 수출됐다.

국내 무대가 좁다고 판단한 CJ그룹은 글로벌 뮤지컬 시장의 수도나 다름없는 미국 브로드웨이를 정조준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콧대 높은 브로드웨이 커뮤니티에 들기 위해 CJ그룹은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파트너를 확보, 네트워크를 다지는 데 주력하며 신뢰를 쌓아나갔다.

그렇게 탄생해 흥행한 작품이 <킹키부츠>다. <킹키부츠>는 CJ그룹이 자체제작으로 뮤지컬사업 방향을 완전히 전환한 이후 만든 최초의 작품이자 글로벌 프로듀싱 1호작이기도 하다. 성과도 좋았다. <킹키부츠>는 제67회 토니어워드에서 6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예 부장은 “<킹키부츠>가 성공해야 CJ그룹이 뮤지컬 제작사로서 비전을 만들 수 있었기에 절실하게 매달렸다”며 “<킹키부츠>가 성공하면서 CJ만의 작품적 색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성공 사례로 회자되는 <킹키부츠>지만 국내 초연 당시 많은 이들의 우려를 받았다. 드랙퀸이 주인공이라서다. 드랙퀸은 자신의 성별이나 지위에 기대되는 모습과 반대로 자신을 꾸미는 인물 등을 가리킨다. 2014년 초연 당시 한국 사회가 지금보다 보수적인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 소재였다.

예 부장은 “모험적 시도였지만, 작품이 드랙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었기에 관객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킹키부츠>가 국내에서 흥행작의 반열에 오르는 시점이 4번째 시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물랑루즈!>도 예 부장이 꼽은 핵심 작품이다. 2001년 나온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물랑루즈!>에 CJ그룹은 기획개발 초기 단계에 100만 달러를 투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2019년 6월부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오픈런 공연을 진행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물랑루즈!>는 제 74회 토니 어워즈에서 10관왕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104회의 공연기간 내내 객석 점유율 90%를 유지, 15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CJ IP로 뮤지컬 수도 공략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 명단에 이름 올린 작품은 <킹키부츠>와 <물랑루즈!> 외에 <보디가드>, <백투더퓨처>, , <더 리틀 빅 띵스(The Little Big Things)>가 있다. 이 중 <물랑루즈!>와 <백투더퓨처>, 는 벌써 수년째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이다.



덕분에 브로드웨이에서 CJ그룹을 모르는 이들도 없어졌다. CJ그룹이 만든 영화 <기생충>이 전세계적으로 흥행했을 때 브로드웨이의 모든 인사들이 와서 축하인사를 건넸을 정도다. CJ그룹이 기획개발 단계에 들어간 주요 작품의 투자제안을 먼저 받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예 부장은 만족하지 않았다. 공동 프로듀서가 아닌 메인 프로듀서로서 CJ그룹의 IP를 활용한 뮤지컬을 제작,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오픈런 공연을 이어가는 게 그의 목표다.

예 부장은 “내가 만든 작품이 영국과 미국 무대에 올라가는 게 프로듀서로서 꿈”이라며 “공동 제작에서 더 나아가 CJ그룹 IP, 우리만의 IP로 만든 뮤지컬 작품이 글로벌 무대에 수출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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