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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정치 키워드'에 갇힌 코스닥 기업

신민규 벤처중기2부장공개 2024-04-08 14:00:01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포인트가 900 언저리까지 올라오면서 기업의 IR 관심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모처럼 다가온 상승 국면이라 투자자를 유치할 적기라고 본 셈이다.

IR 무대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시장에 지뢰처럼 깔려있는 변수가 워낙 많다. 예를 들어 에너지 기업을 IR 할때 'RE100',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키워드는 금지어로 간주된다. 잘못 사용했다가 현 정부의 정책목표에 반하는 기업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어서다.

그렇다고 '원전' 키워드를 뽑는 것도 추천하기 힘들다. 이번 총선의 흐름을 예상해 보면 중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정부정책에 부합하긴 하지만 언제 전세가 역전될지 모를 일이다. 전 정권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현 정부의 정책(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 사이에서 애꿎은 에너지 기업만 애매한 포지션에 놓인 셈이다.

한 에너지 기업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웃지 못할 고민에 빠져 있다.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이 회사를 이해하려면 앞서 얘기한 키워드가 등장해야 한다.

이 회사는 신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발전량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수요를 예측해 에너지 절감에 기여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을 이용하는 특성상 화력발전처럼 일정하게 전력을 생산하기 힘들다. 날씨 변동이 심하면 전력망 주파수가 깨진다. 자칫 정전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증권사 PB 얘기를 빌리면 투자자는 이 회사의 설명을 길게 들을 가능성이 적다. 신재생에너지 첫머리에서 고개를 돌릴 확률이 더 높다. 부담스러운 키워드로 인해 부정적인 낙인이 찍힐 거라고 내다봤다.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하한가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 회사는 '탄소중립', '에너지 효율' 정도의 무난한 키워드를 IR에 쓰기로 했다. 향후 기자간담회나 인터뷰에서도 '신재생에너지'나 '원전' 같은 민감한 단어는 빼기로 약속했다.

특정 업종 얘기이지만 정치 키워드에 주가가 엇갈리는 경우는 요즘 비일비재하다. 어쩌다 관련주로 잘못 묶이는 순간, 프레임에 갇혀 뭘해도 빠져나가기 힘들다. 상하한가가 기업 체력과 상관없이 한순간에 결정되는 셈이다.

애초에 좌우진영으로 갈라진 정책 탓이 크지만 어떤 기업이 슬기로운 건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선제적으로 민감한 키워드를 피해가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일이 없긴 하다.

다만 이런 IR 전략은 기업 이해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안그래도 정보 비대칭성이 높다는 코스닥 판에서 투자자를 위한 깊이있는 설명이 통으로 생략되는 꼴이다.

개인 투자자가 코스닥에 많아질수록 이런 우려는 더 커진다. 코스닥 시장은 포인트가 좀 오르자 외국인이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고 빈자리를 개인이 채워가고 있다.

개인들이 스스로 눈과 귀를 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 듣기 복잡하고 지루해도 기술을 면밀히 살피는게 코스닥 투자 첩경이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기술성 평가 기업에 대해서는 단순한 키워드에 매몰되지 말고 더 공을 들여 공부할 필요가 있다. 공약이 난무하는 시기, 좀더 성숙한 투자가 이뤄지려면 개인과 기업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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