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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경쟁 체제]우리은행의 1등 선언…요동치는 판세서 기회 찾는다②'ELS' 발복잡힌 경쟁사, 영업력 극대화로 승부…충당금 이슈도 없어 순이익 극대화 가능

고설봉 기자공개 2024-04-09 12:58:07

[편집자주]

은행권 신경쟁 체제가 도래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과 상생금융, ELS 사태 등 여러 이슈를 겪으면서 영업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은행간 이슈 대응 전략에도 미묘한 차이가 발생했다. 위기를 기회로 성장세에 올라탄 은행이 있는 반면 수세적으로 시장을 관망하면서 성장성이 저하된 곳도 있다. 그 결과 은행간 순위 경쟁의 판도도 미세하게 바뀌고 있다. 올해 은행권 경쟁은 또 다른 전기를 맞았다. 새로운 경쟁체제가 마련된 은행권의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 은행권 신경쟁 체제의 중심에 선 곳은 우리은행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올해 1등 은행에 올라서겠다는 경영전략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주요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가장 많은 순이익을 기록하는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우리은행은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다는 전략이다. 하나·국민·신한은행 등 경쟁사 모두 홍콩 H지수 ELS 이슈로 내부통제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경쟁사 모두 이슈 수습을 위해 몸을 낮추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나홀로 영업에만 매진할 수 있어 한층 더 보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충당금 이슈에서도 우리은행은 자유롭다. 올해 경쟁사 모두 ELS 관련 배상금을 충당금으로 계상해야 한다. 영업이익을 많이 내더라도 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뒤 산출되는 순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우리은행은 추가 충당금 리스크가 없어 순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됐다.

◇과거의 교훈…위기에서 새 기회를 만든다는 각오

“시장이 혼란기로 접어들 때마다 은행권 순위 변동이 있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우리은행이 1등 은행 도전장을 던진 것은 올해가 새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주요 경쟁사들이 위기에 빠진 올해 우리은행은 확실한 성장의 발판을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수 많은 위기를 맞았었다. 그 가운데 어떤 곳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성장했다. 반면 위기 앞에 몸을 움츠리고 수세적인 행보를 보인 곳들은 경쟁에서 도태됐다. 위기를 대하는 방식에 따라 각 은행의 성장스토리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번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현재의 은행권 경쟁구도가 마련된 것은 2000년대 초중반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여러 은행들이 무너졌고 다시 인수합병(M&A)를 거쳐 대형은행이 출범했다. 당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이 탄생했다.

우리은행도 이 시기 옛 상업은행과 옛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하나은행이 본격적으로 주요 시중은행 반열에 오른 것도 중소 은행들을 잇따라 인수한 2000년 초중반 이후다. 옛 한미은행과 옛 제일은행 등 과거 시장을 주도하던 은행들은 외국계 자본에 인수되면서 또 다른 길을 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또 한번 은행권 경쟁구도를 다변화 하는 계기였다. 2000년대 초 통합과 대형화 이후 곧바로 찾아온 위기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전략을 세웠는지가 각 은행들의 이후 경쟁력을 결정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물리적 결합 이후 화학적 결합에도 성과를 냈다. 탄탄한 내부 결속을 발판으로 영업력을 강화하며 외형성장에 성공했다. 기업금융 보다는 개인대출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들어맞았다. 부동산 성장기에 올라타 가계대출 규모가 커졌고 경기 활성화로 소상공인 대출에서도 높은 마진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나은행의 사정도 비슷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벤치마킹해 가계대출을 크게 늘렸다. 이후 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한 2015년 이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전략을 답습했다. 대형은행으로 발돋움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쟁구도의 핵심 축으로 성장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결이 조금 달랐다. 통합 전 출신 은행으로 나뉜 계파간 갈등으로 내부 화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영업전략의 일관성과 집중도가 떨어졌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경쟁사 대비 성장률은 저조했다.


◇상대적 ‘외형’ 열세…충당금 이슈로 커버

우리은행은 올해를 기회로 보고 있다. ELS 사태로 주요 경쟁사들이 온전히 영업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틈을 노려 저변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조병규 행장은 우리은행의 과거 잘못된 선택과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선언적 의미로 올해 1등 은행 목표를 내걸었다.

다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우리은행이 단숨에 따라잡기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미 대출자산과 예수금 등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과거 우리은행보다 체급이 작았던 하나은행이 최근 급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은행의 자산규모가 위축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원화대출채권 평잔은 국민은행이 331조291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283조1866억원, 하나은행 282조5334억원 순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270조221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2019년 말과 비교해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에 역전을 허용했다. 당시 국민은행 262조1518억원, 신한은행 221조1088억원, 우리은행 219조426억원, 하나은행 212조4441억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원화예수금 평잔도 열위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원화예수금은 280조574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 341조6218억원, 하나은행 297조7190억원, 신한은행 293조76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9년 말과 비교해 우리은행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 뒤쳐졌다. 당시 우리은행은 221조4152억원의 원화예수금을 확보해 신한은행(216조5556억원)과 하나은행(214조2073억원)에 크게 앞서 있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이 주목하는 것은 충당금 이슈다. 올해 경쟁사인 국민·신한·하나은행은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예정돼 있다. ELS 자율배상을 모두 결정한 만큼 충당금을 최소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까지 쌓아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대손충당금적립액은 국민은행 2조6059억원, 신한은행 1조8374억원, 우리은행 1조8170억원, 하나은행 1조8041억원 순이다. 총여신대비 대손충당금적립률은 국민은행 0.69%이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0.58%, 신한은행 0.56%, 하나은행 0.54% 순으로 비슷했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경제상황이 흘러가고 대출자산 리스크가 통제된다면 올해도 비슷한 추이의 충당금 적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민·신한·하나은행은 모두 추가로 ELS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순이익을 계상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모두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충당금 및 영업외비용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순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은행은 영업이익을 온전히 순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어 경쟁사 대비 높은 순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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