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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특수가스사업 인수전 '흥행'의 이면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4-04-19 07:44:42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화학이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최대 49%를 팔기 위해 분주하다. 외견상 흥행에 성공한 모양새다. 예비입찰에 글랜우드크레딧과 스틱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등 국내 대형 프라이빗에쿼티(PE)들이 대거 참전했다. 특히 IMM투자그룹은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 IMM크레딧 등 사모 대체투자를 하는 하우스들이 모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본입찰을 앞두고 쟁쟁한 후보들간의 경쟁 구도가 구축된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애시당초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딜은 허들이 많았다. 당장 매각 주체인 효성화학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전방산업 경기 둔화 여파로 18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까지 더하면 누적 적자액만 5000억원 넘는다.

그러면서 부채비율은 5000%까지 치솟았다. 결국 효성화학은 결단을 내렸다. 알짜 사업부인 특수가스사업부를 유동화해 급한 불을 끄기로 결정했다.

모회사의 경영난을 알고 있는 탓에 인수후보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베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에 반해 효성화학은 여유를 갖기 어렵다.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싸움이 돼버렸다.

경영권이 아닌 최대 49% 지분 매각딜로 선회한 점 역시 약점으로 지적된다. 소수 지분이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기 힘들다. 효성화학 입장에선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에도 원매자 측에게 끌려가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3조원 넘는 부채도 문제다. 특수가스사업부 유동화를 위해서는 분할이 선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부가 얼마만큼의 부채를 떠안느냐도 관건이다. 부채를 많이 떠안을수록 지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연대보증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여러모로 파는 쪽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비입찰 결과가 그 고민의 산물이다. 매각 측은 사실상 예비입찰에 참여한 후보자들 전원에게 본입찰 기회를 부여했다. 그 수만 10여 곳에 달한다.

약자 입장에서 거래를 하다 보니 최대한 많은 후보자들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기업가치를 얼마로 인정하느냐 뿐만 아니라 연대 보증 책임 수준과 범위, 각종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 마련 여부 등 딜을 복잡하게 만들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좋게 보면 효성화학은 많은 인수후보들로부터 자유롭게 딜 구조를 제안받고 여기서 가장 나은 조건을 제시한 후보와 계약을 하면 된다. 다만 달리 말하면 살얼음판 위에서 거래가 진행되고 있고 딜 성사 가능성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수가스사업 자체의 전망은 밝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반도체 제조공정 고도화와 전기차 시장 성숙 등 호재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극악한 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후보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경쟁 구도가 갖춰졌지만 절대 효성화학이 우위에 선 싸움은 아니다. PE들은 투자 후 이윤을 남기고 다시 되파는 장사를 하는 곳들이다. 확실한 투자 포인트가 없다면 언제든 판을 뒤집을 수 있다. 효성화학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난제 속에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한다. 결국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협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효성화학의 사운이 달린 일이다. '풍요 속 빈곤'의 결과는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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