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09:4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가치를 두고 투자자와 기업간 줄다리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투자자와 이를 실행할 재원이 없어 어렵다는 기업 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다. 기업은 최근 영업 실적을 들며 여력이 없음을 호소한다. 이익분이 줄었으니 이번 배당액을 낮추겠다는 얘기다.오너도 비슷하다. 똑같이 돈이 없음을 사정한다. 특히 상속세와 관련해서다. 막대한 상속 재원을 마련하기 벅차다고 하소연한다. 기업 가치가 확대될수록 상속세액 부담도 커지니 이들에게 밸류업은 달갑지 않은 주제다.
경제 협회, 세제 전문가도 오너 입장을 두둔하고 나선다. 글로벌 표준 대비 한국 상속세율이 월등히 높아 경영 승계가 어렵고 근본적으로 밸류업이 어려운 구조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말 오너 일가는 막대한 상속세 재원 마련에 낙심하고 있는 걸까. 일부 대기업 사례를 보면 이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은 상속 재원 등 대규모 자금 마련에 대비하기 위해 오랜 기간 철저히 준비해 왔다. 오너는 일찍이 자녀들에게 개인 회사를 하나씩 쥐여주며 후일을 도모케 했다. 계열사들을 상대로 부동산 임대업을 하도록 하거나 손쉬운 내부 거래 일감을 몰아주기도 한다.
반면 정반대의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현재 총수 일가 지분이 극도로 낮은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지분은 이달 기준 3.7%다. 최대주주 지위를 내세우기 어려운 수준이다. 경영 승계에 집착하는 대신 회사 성장에 방점을 뒀던 결과다. 현 상황만 놓고 볼 때 통상적인 대기업식 세습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회사 승계는 여러 갈래로 이뤄질 수 있다. 과도한 세금이 두려워 기업 가치 관리에 부담을 느낀다는 재계 주장은 일차원적 접근이다. 세제 부담이 낮아지면 밸류에이션을 신경쓸 것이란 단순한 인과 관계도 성립될 수 없다. 외려 섣부른 상속세제 개편이 가장 효과적인 부의 세습 완화 기능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 가치 제고가 오너의 최대 과제가 돼야 한다. 그가 자발적으로 주가를 높이려고 노력하게 해야 한다. 오너 입장에서 단순 경영 세습을 통한 이익 보다 최대 주주로의 효익이 더 크게 끔 만들어야 한다.
공정위가 사적 이익 수취 금지 등 오너경영의 베네핏을 강제로 금한 것은 시작이다. 사적 이익 대신 공공의 선을 만들고 한국 경제를 살찌운 오너들을 격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 담론 형성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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