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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소프트는 지금]게임즈 대표에 칼 빼든 김장중 회장, 잘못에 예외없다⑥측근 주식매도 논란에 경질, 책임경영 복귀…전문경영인 체제는 유지

이상원 기자공개 2024-04-26 07:30:45

[편집자주]

'알집'으로 성공 신화를 그렸던 이스트소프트가 설립된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알 시리즈'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어느덧 계열사 9개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반복된 보안 사고와 신사업 부진에 경영 전반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업자 김장중 회장이 퇴진 8년 만에 돌아온 이유다. 이스트소프트는 생존 문제를 두고 그만큼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성장 스토리와 부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장중 회장은 알집을 포함해 알툴즈, 알약 등의 성공을 바탕으로 게임, 포털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이 과정에 소프트웨어 전문가로서 모든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 2015년 돌연 대표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내려놨다. 창업한 지 22년 만이었다.

회사의 빠른 변화와 성장을 위해 김 회장은 이스트소프트그룹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각 사업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 주도적으로 경영해 성과를 내게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최근 8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표면적으로는 2년 연속 적자에 따른 결정으로 전해지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속사정이 있었다.

◇이형백 전 게임즈 대표, 주식 고점에 전량매도…고심 끝 '경질'

김 회장은 최근 이스트게임즈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경영에 복귀했다. 2015년 경영에서 물러난 김 회장은 그동안 그룹 계열사 이사회만 참여하고 직접적인 경영과는 거리를 뒀다. 이스트소프트, 이스트시큐리티, 이스트게임즈, 이스트소프트재팬에서 사내이사를, 줌인터넷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으면서 경영을 지원하는 역할만 해왔다.

이스트글로벌과 E7 모바일 한국지사에서는 대표이사직은 유지했지만 모두 비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었다. 이스트글로벌은 자사 소프트웨어를 해외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E7 모바일의 경우 게임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가 경영을 복귀한 곳이 이스트소프트가 아닌 이스트게임즈라는 점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올 1월 임원들의 주식 매도 논란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회사 임원들은 인공지능(AI) 관련주로 이스트소프트 주가가 급등하자 매도에 나섰다. 대부분 3만원 후반대에서 4만원 초반대에 처분했다.

통상적으로 임원의 자사주 매도는 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을 준다.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임원들의 주식 매도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트소프트 주가는 급락을 거듭했다. 임원 대부분 몇천 주씩 매도하면서 시세차익을 거뒀다. 특히 이 과정에 이형백 전 이스트게임즈 대표가 지분을 전량 매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대표는 2000년 이스트소프트에 합류해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핵심 사업 개발에 참여해 왔다. 2008년 이스트소프트가 코스닥에 상장한 후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을 만큼 김 회장의 신임은 두터웠다. 그리고 2015년 이스트게임즈를 맡기며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 전 대표는 1월 24~25일 이틀에 걸쳐 장내매도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이스트소프트 주식 28만주 전량을 처분했다. 24일에는 25만3000주를 3만8859원에, 25일에는 나머지를 4만8889원에 매도했다. 이 전 대표는 약 112억원을 손에 거머쥐게 됐다.

계열사 대표가 지분을 전량 매도하자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장에서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김 회장은 직접 이스트게임즈 대표이사를 맡고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내부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도 자신의 오랜 측근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회사 거버넌스 차원에서 이 전 대표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던 만큼 경질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분위기 쇄신에 집중, 핵심 IP '카발'로 글로벌 공략 과제

경영에 복귀한 김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그만큼 산적해 있다. 강력한 조치로 시장의 불만을 잠재운 데 이어 회사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최근 이스트게임즈가 새로운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악화된 실적에 대한 반전이 필요한 시기다.

이스트게임즈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12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익 -5억원, 순손익 -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흥행작을 선보이지 못한 데다 대표 IP들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영향이다. 그나마 '카발 모바일'이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회장 경영 복귀 당시 이스트소프트그룹 측은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트게임즈의 대표 IP '카발'을 글로벌 IP로 성장시키겠다는 김 회장의 계획은 공개했다. 신작인 '카발 레드'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표의 공백으로 차질이 없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경영 복귀가 그룹 전반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그룹이 주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AI 휴먼'은 이스트소프트 정상원 대표가 책임지고 있다. 김 회장이 AI 비전문가인데다 이미 전문 경영인 체제를 확립했다. 여기에 이번 경영 복귀가 이 전 대표 경질에 따른 것인 만큼 김 회장은 이스트게임즈에만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현재 이스트소프트그룹의 변화를 위해 경영에 복귀했다기 보다는 이 전 사장 경질에 대한 배경이 더 크다"며 "지난 8년간 전문 경영인 체제를 이어온 만큼 이스트게임즈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길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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